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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Nov 24. 2024

왁자함으로 배가되는 큰 슬픔

오세혁 작 변영진 연출 연극 <전시의 공무원>

오세혁 작가가 신작 <전시의 공무원>을 선보였다. 연출은 변영진이다. 이 둘은 이미 <초선의원> <세상친구>로 호흡을 맞추며 시대의 아픔을 특별한 왁자함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이번 연극 <전시의 공무원>은 1945년 해방부터 1951년 625 정전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냈던 당시 공무원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엔 일본에 해방직후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오가며 정신줄을 바짝 잡아야 했던 공무원, 특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 없이 시키는 대로 일을 해야만 하는 하급 공무원이 대변하는 역사는 코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너무 슬퍼 눈물이 절로 나왔다. 국민을 놓고 피난 열차에 오른 파렴치한 국가 원수를 대신해 뒤처리를 해야 했던 하급 공무원은 예나 지금이나 애처로운 존재다.


변영진 연출의 작품은 <이카이노 바이크>로 처음 만났다. 다소 정적인 정통극 형태를 좋아했던 나에게 그의 연출은 낯설었고 심난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몇 편의 작품을 보았다.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소란하고 시끄럽고 배우들의 힘을 모두 잡아 빼며 슬픔을 그 왁자함 뒤로 숨겨 더 크게 이야기를 받아들이게 하는 그의 연출법은 하나의 장르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시의 공무원>도 그렇다. 변사가 극을 시작하더니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액션 활극이 등장하고 발리우드로 파티를 고조시키더니 인형으로 슬픔을 이야기한다. 다채롭고 분주한 극을 좇다 보면 이야기를 놓치지 않을까 염려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오세혁 작가는 족집게식으로 우리 역사를 명료하게 써내는 데 재주가 뛰어나다.


배우들의 열연을 말할 것도 없다. 뮤지컬을 하듯 노래하고 춤추고 액션 배우가 되어 무예를 뽐내며 악사처럼 악기를 연주한다. 그 와중에 눈물과 땀으로 범벅되며 전쟁 상황의 공무원과 고위 관료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시유 배우는 전작 <최후의 분대장>을 끝내고 5일 만에 이 작품으로 무대에 올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려은 배우가 무대에서 울면 관객은 울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이밖에 오세혁, 변영진 콤비와 여러 차례 합을 맞추었던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에는 두 손가락의 엄지가 절로 세워진다.


해방전후에서 625 정전까지 극도의 혼란의 시기를 살아냈던 우리 민족의 이야기, 12월 1일까지 한성대입구역 여행자극장에서 상연된다.


오세혁 작

변영진 연출

김시유 김려은 전중용 장태민 정명군 하은주 최경식 김민수

(주)파인플레이 제작 첫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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