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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연극 <안트로폴리스 1_프롤로그, 디오니소스>

윤한솔 연출, 국립극단 작품

by 소행성 쌔비Savvy

축제와 쾌락의 신을 표현하는 데 맞춤한 <안트로폴리스 1/ 프롤로그, 디오니소스>


극장에 들어서면 무대엔 분장실이 세팅되어 있다. 그 분장실에선 배우들이 무대용 분장을 마무리하며 공연이 진행된다. 분장을 받으며 배우들은 맡은 역의 대사를 친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시작은 프롤로그다. 프롤로그는 디오니소스의 출생을 이야기한다.


제우스는 테베의 왕 카드모스의 딸 세멜레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공주 세멜레는 제우스의 아이를 가지고 제우스의 진짜 모습을 보여 달라고 간청한다. 제우스는 이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그러자 세멜레는 완전히 타 죽는다. 제우스의 본모습을 본 사람은 모두 불에 타 죽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죽은 세멜레의 뱃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꿰맨다. 바로 그 아이가 두 번 태어난 신, 디오니소스이다.


극장 분장실의 산만한 분위기, 단어로 나열되는 고대 테베의 모습 등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프롤로그에선 졸기 십상이다. 그러나 걱정 말아라 원래 프롤로그는 건너뛰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다.


프롤로그 후 인터미션이 끝나면 <안트로폴리스> 첫 이야기 <디오니소스>가 시작된다. 주연 디오니소스의 의상은 파격적이다. 빨간 드로우즈 한 장만 달랑 착용했다. 근육질 몸도 아니다. 당연하다. 쾌락과 축제의 신의 몸에 식스팩이 있으면 완전 사기다.


<디오니소스>는 테베의 왕 펜테우스와 디오니소스의 대립, 디오니소스의 광기에 취한 펜테우스의 엄마 아가우에의 아들 살해가 주요 내용이다. 11명의 여성 코러스가 광기와 축제, 혼돈을 춤과 노래로 보여준다. 끝내준다. 프롤로그에서 점잖게 대사를 치던 김시영 배우의 광기는 아들을 죽인 엄마 아가우에로 등장하며 폭발한다. 피칠갑을 하고 포효하는 연기는 관객을 전율하게 한다.


작품은 과도한 영상 클로즈업, 몸대신 말과 자막 결투 우스꽝스러운 분장 등 파격적으로 연출되었다. 극에 빠진 관객은 손뼉 치고 소리 내어 웃을 수밖에 없다. 디오니소스를 표현하기에 너무 적절한 연출이라 속이 다 시원했다. 양동이에서 쏟아지는 피, 디오니소스의 등장을 위해 딱 한 번 내려지는 컨테이너 등 국립극단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라 가능한 연출이 좋았다. 이게 바로 국립극단의 존재이유다.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는 독일어로 인간의 시대를 뜻하는 안트로포(Anthropozain)“과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가 결합된 말로,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문명사회에서 공동체를 이룬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프롤로그/디오니소스 Prolog/Dionysos>부터 <라이오스 Laios>, <오이디푸스 Odipus>, <이오카스테 lokaste>, <안티고네/에필로그 Antigone/Epilog>까지 신화 속 이야기의 시간 순서대로 진행된다. 고대 문명사회에서부터 현재까지 권력, 세대 간 갈등,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날 것의 인간 야수성으로 무대에 펼쳐 보일 예정이다.


2부, 라이오스는 김수정 연출로 전혜진 배우의 1인극으로 공연될 예정이란다.


팬데믹 동안 5부작을 집필한 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는 한 인터뷰에서 연극을 매개체로 사람들이 도시에 다시 모일 수 있다는 건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안트로폴리스 5부작]의 출발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결정적이고 자유로운 인간은 무엇이며, 이들이 비이성적인 질문들을 어떻게 마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이었다. 팬데믹에서 인간 공동체가 더 이상 이전처럼 운영되지 않는 것에 주목했고, 결국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다시 관객을 향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전했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었다. 보시라. 윤한솔 연출과 국립극단에 박수를 치게 될 것이다.


작 에우리피데스, 롤란트 쉼멜페니히 | 연출 윤한솔

번역 임형진 | 드라마투르기 전영지| 무대미술 임일진 조명 김성구 | 음악 이민휘 | 의상 김지연 | 분장 백지영 소품 윤미연 | 음향 전민배 | 영상 정혜지 | 안무 최경훈

출연

강 하 고용선 김시영 김신효 박수빈 박은호 서유덕 심완준 윤자애 장성익 정주호 조문정 조성윤 조수재 조의진 최지현 한지수 홍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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