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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미를 살리며 현재로 재해석된 <벚꽃동산>

문삼화 연출, 로빠힌 김시유 배우 돋보여

by 소행성 쌔비Savvy


체홉의 <벚꽃동산>은 120년 전 초연된 작품으로 지금도 전 세계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다. 나 역시 여러 버전으로 벚꽃 동산을 보았다. 고전미를 잘 살려 우아했던 작품은 김광보 연출, 백지원 라네프스카야, 국립극단 작품이었고 모던하고 각색이 우수했던 것은 사이먼 스톤 연출 각색, 전도연 출연의 작품이었다.


문삼화 연출의 벚꽃동산은 원작을 살리며 지루한 부분은 과감히 걷어내고 현대적 해석이 좋았을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캐릭터 이해도가 높았다. 특히 로빠힌과 두나샤, 샤를로따는 지금까지 보았던 어떤 배우들보다 해석이 뛰어났다. 게다가 엔딩은 매우 현실적이며 동시에 철학적 해석이 가능해 이번 벚꽃동산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문삼화 연출은 원작에서 피르스의 죽음을 보며 그 죽음이 너무 작가주의적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그 죽음을 인간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이것이 문삼화표 벚꽃 동산의 시작이었다.


벚꽃 동산은 19세기말 러시아 혁명 이후의 사회 변화를 배경으로 귀족 라네프스카야 부인과 가족이 경영난으로 몰락한 벚꽃 동산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현실에 무관심한 여주인과 가족의 각기 다른 성격과 갈등, 그리고 동산을 사려는 자본가의 욕망이 만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등장인물 모두가 한 무대에 올라 서로의 관계를 보여주는 시작부터 신선했다. 원작의 줄거리는 따라가되 빼짜가 로빠힌의 돈을 거절하지 못하고 피르스는 빈 집에 갇혀 삶을 절규하는 등의 각색은 새로웠다.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없듯 돈 앞에서 초연할 수 없는 것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배우의 연기가 좋았지만 특히 로빠힌 역의 김시유 배우와 두나샤 역의 김단경 배우는 인물 해석이 뛰어나 더 좋았다. 샤를로타를 맡은 문예주 배우의 시원하고 선 굵은 연기는 극의 에너지가 되어 좋았다.


음향과 의상도 돋보였는데 벚꽃이 연상되는 분홍색 의상이 라네프스까야에서 로빠힌으로 옮겨간 타이밍과 돈은 있지만 품위까지는 갖출 수 없었던 로빠힌의 흰 양말 등의 상징성이 좋았다.


문삼화 연출의 벚꽃동산 입문용으로 그만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전회차 전석 매진이라 아쉽다.


문삼화 각색 연출

기획 김나리

무대 김혜지

의상 최원

출연 김지원 김시유 문예주 이수빈 김수아 박윤희 이동준 김나진 문일수 김단경 한철훈 이예준

어처구니 프로젝트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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