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멜로무비' 후기
※ 드라마의 전반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사진출처: <멜로무비> 스틸컷
주변에 지인이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는 드라마라고 추천해 줘서 얼마나 재미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느낀 점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 아니 '필연적으로 겪게 될 일들의 집합체'라 생각이 되더라고요.
우리 모두 삶을 살며 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하고 다시 사랑하며 인생을 살아가듯이 말이죠.
드라마의 주인공은 보는 시청자의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5명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무비(박보영), 고겸(최우식), 고준(김재욱), 손주아(전소니), 홍시준(이준영)
사실 주연은 고겸과 김무비지만 보편적으로 공감이 가능한 건 '주아&시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겸(최우식)
삶에 그림자라고는 보기 힘든 고겸은 어디에서나 관심받는 매력쟁이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빛보다는 그림자가 잠식하기 쉬운 환경이었죠.
그렇기에 애써 담담하고 더 밝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마치 이런 일 따위는 나를 무너트릴 수 없어.'라고 하는 오기가 보이기도 했고 더욱 바쁘게 살아가며 현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흔히 그러잖아요.
'너무 마음이 아플 땐 몸을 혹사시켜라, 그래서 잠시나마 잊게 하는 방법이 있다.'
왠지 고겸이 그런 사람으로 느껴진 건 왜일까요?
고겸을 모르는 사람이 고겸이라는 사람을 봤을 때는 구김 없이 잘 웃고 거리낌 없이 살가운 사람이기에 세상 걱정, 고난 따위 안 겪어본 사람이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밝은 청년입니다.
하지만 고겸을 보며 이상하리만큼 밝은 모습이, 살짝은 힘겨워보이기도 했네요.
p.s 고겸을 보며 마치 주인이 떠날까 봐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 강아지처럼.
늘 고준이 떠날까 봐 밝은 모습으로 엇나가지 않으려 했던,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고겸을 최우식 배우님이 정말 잘 연기해 주셨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무비(박보영)
여주인공인 김무비(박보영) 또한 과거의 결핍이 현재의 직업을 가지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렸을 적 감독이 꿈이었던 아버지의 딸로 정해진 출근시간 없이 매번 바빴던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와 거리감이 생기게 되고 그 거리감을 좁히지 못한 채 아버지와의 이별을 하게 되어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동시에 '도대체 얼마나 영화라는 게 대단하길래 가족보다 영화가 우선인지 확인해 봐야겠어'라고 생각하여 영화판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중 고겸(최우식)을 만나게 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고겸을 사랑하게 되면서 성장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라고 생각됩니다.
p.s 박보영 배우님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후 다시 봤는데 작품을 고르는 눈이 뛰어나신 건지 좋은 작품들로 뵙는 것 같아서 반갑기도 하고 좋네요. (조명가게는 아직 안 봤습니다.)
홍시준(이준영)
이별에 슬퍼하고 이별한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 고겸의 친구 홍시준.
매번 툭툭거리는 말투지만 속은 겉과 다르게 여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고 미숙한... 어쩌면 우리도 이랬던 적이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또 공감이 많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사랑을 해봤고 충분히 아파했고 그 시간에 멈춰있지만 마지막에는 과거의 추억을 덮어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청춘이라고 표현하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네요.
p.s 몰랐는데 과거 유키스라는 그룹의 가수셨는데, 가수느낌이 나지 않는 현실적인 연기를 보여주셔서 놀라웠네요. (필모그래피를 보니 꽤 많은 작품들을 하셨네요!)
손주아(전소니)
홍시준의 과거 연인이자 7년의 사랑을 끝맽은 전여친 손주아(전소니)입니다.
학창 시절 홍시준을 만나게 되었고 10대만이 할 수 있는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줬던 인물이자,
여전히 과거연인(홍시준)을 응원하는 불같은 사랑을 했고, 마침표 또한 깔끔하게 맺은 캐릭터네요.
p.s 저는 이 배우분 처음 보는데 정말 매력적이네요.
평범한 얼굴이면서도 묘하게 자꾸 끌리게 되는 마스크로 흔히 주변에 비슷한 사람 한 명쯤은 있을법한,
그리고 동양적인 느낌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 사람의 느낌도 나고..
청아하며 순수한 학생느낌이 어울리는 정말 묘하게 매력적인 배우분입니다.
고준(김재욱)
고겸의 형으로 가장의 역할을 맡은 고준(김재욱) 배우님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의 역할에 묵묵히 충실하는 아버지의 역할도,
고겸과 영화를 보며, 또 담소를 나누며 친구 같은 엄마 역할도,
고겸이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지만 크게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엄마 같은 모습도.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며 '멜로무비'라는 드라마에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p.s 고준(김재욱)을 보며 정말 매력적인 배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고겸(최우식)은 울음을 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고준(김재욱)은 뭔가 '텅 비어버린' 느낌의 연기가
마치 삶의 의지가 하나도 없는 느낌이더라고요.
눈빛에서 느껴지는 고독함과 슬픔이 '삶을 버티고 있는 중이구나.'라는 느낌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캐릭터였습니다.
드라마의 색감은 과하게 밝진 않으나 청춘물의 느낌이 많이 나는 색감으로 보는 동안 '하늘 참 맑다', '밤하늘과 가로등들이 꽤나 밝게 비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쪼록 드라마를 보며 삶에서 겪을만한 순간들의 느낌을 마치 사진처럼 각인되는 느낌으로 표현하여
우리가 겪었던, 추후 우리가 겪었을 때 저렇게 강렬한 순간들이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의 드라마 '멜로무비'였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춘은 우리 인생에서 단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ㅡ Henry Wadsworth Longfe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