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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매듭 Nov 15. 2023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 인가> 리뷰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아이의 성장기'

이 리뷰는 영화의 감동이 바래지기 전에 쓰는 리뷰이므로 두서가 없을 수 있습니다.


*약 스포를 포함하므로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저 지브리 스튜디오)



개봉 전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수식어로 가득 채워버린 영화라서

한 거장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말에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던 필자도 개봉하자마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기가 맞질 않아 차일피일 미루던 중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 '빈대 포비아'를 무릅쓰고

극장을 방문하게 되었네요.


워낙 영화 및 드라마를 잡식성으로 많이 봤던 한 관객으로서의 입장으로

영화 첫 도입부를 봤을 때는 왠지 모르게 옛 시대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가 생각났습니다.


아마 그 시대상과 비슷한 '전쟁'이라는 키워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애니와는 정 반대의 결을 가지고, 마치 아날로그의 날것 감성 그대로의 작화를 보며,

현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끼게 되었네요.


그 감성이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내 영화를 집중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D를 고집했다고 들었기에 작화의 모든 부분이 2D 일 줄 알았으나 몇몇 강렬한

장면들에서 입체감 있는 작화가 새삼 현장감을 느끼게 해줬네요.


영화를 보며 초반부에 느낀 점은 '공허'라는 감정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이는 어떻게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을 모르기에

방황하고 갈피를 못 잡는 듯한 느낌과 감정을 억눌렀지만 새어 나오는 쓸쓸하고 상실감이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중반부로 다가가면서 예전에 봤던 일본애니메이션

영화들(원령공주, 마녀배달부 키키)의 모습들이 잠깐잠깐씩 떠올랐으나

크게는 '고양이의 보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고양이의 보은처럼 동물의 의인화적인 부분과 센과 치히로 같은 이상한 나라로 끌려가는

마치 동양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묘하게 그러한 부분들이 제겐 연상되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생각해 보면 '광활하다'라는 느낌이 들정도로 다양한 장소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영화를 보면서 탁 트이고 뻥 뚫린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주인공 '마히토'가 떨어진 다른 세상은 마치 그리스로마신화의 저승세계처럼

느껴졌으며, 그곳에서의 시간개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개념과 다르게 흘러가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점차 내면의 성장을 이루게 되는 주인공에

점차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작품을 보면 늘 공감가능한 스토리에 본인의 색을 덧입혀서

독창적이지만 보편적인, 같은 동일선상에 둘 수 없는 것을 동일선상에 두는 그런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 또한 제겐 그러한 느낌을 줬습니다.


영화자체가 매우 난해하여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저는 저만의 시각을 가지고 제 주관적인 해석을 곁들여서 영화를 관람했을 때

한두 개 정도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불친절하다는 것이 제겐 더욱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했습니다.


아래세계에서 나오는 중요한 상징물은 주인공 내면의

기반을 다지게 하는 그런 하나의 도구로서 작용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내에서 등장하는 다른 세계와 캐릭터들도 제가 생각한

저승세계에 빗대어 생각했는데 얼추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더 상세히 얘기하고 싶으나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면

오히려 영화를 관람하실 때 갇힐 거라 생각되어 이만 내용을 줄입니다.


영화 자체는 귀여움을 표방하는 듯 하나 그러한 귀여운 작화와 그렇지 못한 캐릭터의

행동들이 뒤엉켜진 미묘하고도 기괴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네요. (+ost도 한몫한 듯합니다.)


정적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즐겁게 관람했네요.


영화를 보고 인터넷으로 후기들을 보니 이번 영화의 주제가 '친구'라고 말씀 주셨는데,

저는 순수함, 내면의 성장, 그리고 '사랑'이 큰 주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끝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얼마나 고귀한 지

새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네요.


영화의 불친절함은 창작의 불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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