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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Feb 20. 2023

[일상]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들뜬 마음으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평소처럼 10시 반쯤 가게에 나와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하루를 시작했다.

점심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점심시간도 오픈하는지 모르는 손님들이 많아 오늘도 혼자 홀을 지키고 앉아서 준비 중인 전자책을 쓰고 있었다.

잠시 아는 손님이 인사차 다녀가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2시가 넘었었다.

신랑과 통화 후 서둘러 문을 닫고 나갔다.

오늘은 주말에 소진된 물건을 사러 가야 한다.

몇 가지 안 되긴 하지만 사 와야 하는 양이 많다 보니 부피가 커질 듯해서 제일 큰 장바구니를 챙겼다.


잠이 부족한지 눈이 시큰거려서 운전하기가 나빴다. 해가 맑게 떠서 따뜻할 줄 알았는데 바람이 제법 매섭다.

30분 정도를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달리다 보니 내가 가야 할 마트에 도착했다.

장 보는데 드는 시간은 기껏해야 10분. 이미 살 것도 정해놓은 데다가 진열돼 있는 물건 중에 안 보이는 건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꺼내주시고 결제하고 끝.

상자하나는 왼팔로 안아들고 가득 채운 코스트코의 커다란 타포린백은 다른팔로 안아들고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한 팔로 그 많은 물건을 드는 건 역시 무리였나 보다. 엘보가 살짝 시큰거렸다.

돌아오는 길에도 역시 차밖으로 비치는 햇빛에 눈이 시렸다. 피곤한지 살짝 졸리기도 해서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서둘러 가게로 왔다.

가게에 와서 물건을 정리해 놓고 다른 거 할 일이 없나 보고 있다가 아무래도 너무 피곤해서 좀 누웠다가 나와야겠다 생각했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신랑한테 온 전화에 잠이 깨서 보니 4시 반, 통화를 끊고 잠이 안 깨서 정신을 못 차려서 한 10분 정도를 더 누워 있다가 마침 울린 알람에 간신히 일어나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저녁거리를 뭘 해 먹을까 하다가 집에 있던 미역이 유독 눈에 들어오길래 들고 나왔다.


가게에 도착하니 이미 이모님이 나와 계셨고 이모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시간을 볼 겸 핸드폰을 보았는데 못 보던 메시지들이 떠있었다.

낯이 익은 로고들이었다. 브런치아이콘의 그림.


‘아, 맞다 브런치 작가 신청했었는데..  떨어졌나..?‘

전에도 한번 떨어졌던 기억이 있어서 당연히 떨어졌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썼던 글을 모조리 지웠던 적이 있다.

떨어지고 나서 내 글이 남들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라서 떨어진 건가 하는 자격지심이 있었던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깝기는 하다.

아무튼 알람이 뜬 걸 확인해 보니..


대박. 정말 대박!!!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설레는 맘으로 뜬 알람을 누르고 바로 앱으로 들어갔었다.

'아차, 이걸 스샷찍어 놨어야 하는데.. 아깝다..'

글을 많이 써서 신청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요 며칠 적었던 두 개의 글로 신청을 했다.

턱없이 부족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수준의 글이겠지만은 그냥 소소하게 공유하면 어떨까 싶었던 거였는데..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프로필을 수정하고, 첫 번째 글을 발행했다.

가슴속이 자꾸 간질거리는 이 기분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괜히 미역이 눈에 보인게 아닌가 보다.

생일에 먹는 미역국은 기분이 좋다. 평소보다 훨씬 맛있게 느껴진다.

오늘은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첫날이다. 기꺼이 기뻐해야 할 거 같아서 오늘의 저녁은 미역국이다.

소고기를 잔뜩 넣어 한 솥 가득 끓여서 가게 손님들께도 나눠 드려야겠다.


웬 미역국이냐고 묻는다면  

그냥, 좋은 날이라서요!


라고 대답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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