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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자전거를 못 타요.

자전거 타는 법도 잊어버리나요?

 아이는 성장 속도가 매우 빨랐다. 팔과 다리도 길고 발도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사람들은 아이를 볼 때마다 모델이나 운동선수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신경이 남다르게 없었다.


 긴 다리로 뛰면 당연히 1등 할 거라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는 꼴찌로 결승점에 들어왔고 민첩성과 순발력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 자주 넘어지고 몸으로 익히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이가 8살이 되고 몇 달 뒤, 자전거를 사주었다. 잡아주고 끌어주고 며칠을 연습했다. 3일째 되던 날, 페달을 밟아 누르면서 나머지 발을 올려서 열심히 굴리면 된다고 말해주고 지켜보았다. 몇 시간 동안 혼자 고군분투하더니 드디어 페달 위에 두 발을 올리고 나를 향해 질주했다. 아이는 그날부터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전거로 활보했다.


 3년 후 어느 날, 이사한 아파트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전거나 보드를 타고 다녔다. 그 모습을 본 아이는 고이 모셔두었던 자전거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더니 잠깐 사이 다시 돌아왔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 건지 모르겠단다. 남편과 나는 둘째까지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아빠가 잡아주고 끌어줘도 아이는 두발로 페달을 밟지 못했다. 넘어질까 두려워 자전거가 기울여지기도 전에 한 발을 땅에 내려놓고 마는 것이다. 아이는 좌절하면서도 다시 시도하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고 다른 운동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우리 가족은 둘째가 생기기 전에 배드민턴을 가끔 쳤는데 그마저도 아이는 잠깐 치다 금방 실증을 느끼고 말았다. 공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해야 재밌는데 매번 자기 앞에서 끊어지니 풀이 죽어 그만하자고 했다. 이사 온 다음, 아이는 방과 후 교실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키가 워낙 크다 보니 함께 칠 아이도 없고 친다고 해도 실력 차이가 많이 나서 부끄럽다고 하면서도 그만두지 않았다. 2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 선생님이 기술을 하나씩 알려줄 만큼 실력이 는 아이는 아빠와도 자주 배드민턴을 쳤다. 그렇게 아이는 좋아하는 운동이 하나 생겼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3년 동안 태권도를 배웠다. 승급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몸을 움직이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것에 목적을 두고 꾸준히 다닐 수 있도록 했다. 6학년이 된 어느 날, 아이는 몸으로 하는 운동 하나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복싱이나 검도도 좋다고 했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공권유술 관장님을 알게 되어 아이와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준비운동만 해도 땀이 나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굉장히 격렬한 운동이었다. 아이는 매우 즐거워했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뛰고 던지고 때리고 구르는 격렬한 운동이 아이에게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한 달도 되기 전에 그만둔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운동 하나는 했으면 했다. 나도 그렇고 아이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는 하는 운동마다 길게 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나를 닮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오래 하는 힘이 생기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냈다.


 남들은 말한다. 자전거는 기본이고 수영도 꼭 배워야 한다고. 그런데 누구나 다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하면 될 일이다. 자전거 좀 못 타면 어떤가. 배드민턴을 치고 공권유술로 에너지를 채우고 발산하면 그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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