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주문 시대
무인 주문 시대, 누구를 위한 편리함인가?
코로나 이후 거리의 풍경이 달라졌다. 어디를 가든 키오스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카페, 심지어 약국까지. 주문부터 결제까지 기계가 담당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젊은이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면을 터치하지만, 어르신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망설인다. 마치 외국에 온 것처럼 낯설게만 느껴질 것이다.
어느 날,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어르신이 주문을 하려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지만, 결국 매장을 나가버렸다. 종업원은 무심한 얼굴로 "키오스크 이용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 말에는 도움을 주겠다는 따뜻함이 없었다. 무언가를 요구하기에도, 포기하기에도 씁쓸한 순간이었다.
사실, 매매라는 것은 파는 사람이 청구를 해야 사는 사람이 돈을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키오스크는 이 과정을 하나로 합쳐버렸다. 손님이 직접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쳐야 한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 방식일까? 기업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도 기다림 없이 주문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 어르신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익숙하지 않으면 배제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셀프 주유소에서는 셀프로 기름을 넣으면 가격이 저렴해진다. 그렇다면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할인 혜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최소한 손님 입장에서 무언가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시스템은 불편한 이들에게 더 큰 장벽으로 다가올 뿐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주문을 하며 종업원과 눈을 마주치고,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정(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져 간다.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가게를 찾는 일조차 기계와의 만남이 되고 있다. 물론 위생과 프라이버시를 고려한 변화라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더 큰 고립을 안겨주는 셈이다.
다행히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키오스크를 익히려는 어르신들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안해하며 매장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젊은 세대는 편리하다고 여기지만, 어르신들은 ‘누구를 위한 편리함이냐’고 되묻는다. 그들의 불편을 줄이려면 키오스크 사용법을 안내하는 도우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매장마다 기계의 인터페이스가 다른 것도 문제다. 어떤 곳은 터치 방식이고, 어떤 곳은 QR코드를 요구한다. 한 번 익혔다고 끝이 아니다. 매번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기계 사용법을 표준화하고,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키오스크에도 장점이 있다. 익숙해지면 빠르고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고,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이 생긴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무인 주문 시대,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 편리함은 과연 모두를 위한 것인가?
88세 아버지의 말씀을 옮겨본다.
"아버지 친구들 중에서 메시지 전달, 카톡 주고받기가 자유롭지 못한 친구들이 절반을 넘는데 언감생심 키오스크?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사용한 일이 없구먼.
배워도 그때뿐이고.
그러니 거리감이 생기고 아마 매상에도 영향이 미칠 걸세"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