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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명절

사라지는 풍경

by 글사랑이 조동표

어릴 적 설날이면 집 안은 북적였다. 차례상을 차리느라 어머니 큰어머니 할머니는 새벽부터 분주했고, 큰아버지는 정갈한 옷을 입고 제사를 주관하셨다. 친척들이 모여 함께 절을 올리고, 조상의 음복을 나누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명절은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모이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졌다.


어느새 제사는 부담스러운 의식이 되었고, 차례는 사라지고 있다. 명절이면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오락과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전통을 지키던 모습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아마 우리 세대가 지나고 나면, 명절은 그저 긴 연휴일뿐, 조상을 기리는 풍습은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한때는 여러 세대가 한 지붕 아래 모여 살던 대가족이 보편적이었지만, 이제는 핵가족이 주류가 되었고, 그마저도 점점 해체되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한 시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른을 봉양하는 문화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결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 속에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 설령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경제적 부담과 육아의 어려움, 불확실한 미래는 출산을 망설이게 한다. 부모 세대는 손주를 보고 싶어 하지만, 자식 세대는 현실을 감당하기도 버겁다.


지금의 30대는 더욱 혹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치솟는 물가, 끝없는 경쟁, 맞벌이가 기본이 된 사회, 그리고 국민연금마저도 충분히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부모 세대는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라고 말하지만, 지금 세대가 직면한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고, 미래를 계획할 여유조차 없다.


이 모든 변화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고, 전통은 형태를 달리하며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점점 더 '함께'하는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명절은 단순한 연휴가 아니라, 가족이 서로를 돌아보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제사를 올리지 않아도, 그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기를 바란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 사이의 정(情)만은 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미지: 네이버 밴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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