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몽클레어 맘
강남 대치동, 그곳은 단순한 지역명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열의 상징이며, 동시에 ‘허세’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개그우먼 이수지가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 속 ‘몽클레어 입는 엄마’는 그 현상을 날카롭게 풍자했다. 영상 속 엄마는 한때 명품 패딩으로 위엄을 과시했지만, 이제는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왜일까? 명품 브랜드의 유행이 지나서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보여주기식 소비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어서일까?
이 영상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왜 우리는 그렇게까지 보여주고 싶어 했을까?’ 아이의 학원비보다 더 비싼 패딩을 걸치고, 같은 브랜드를 입지 않는 엄마를 은근히 배제하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무게를 견디다 못해 하나둘씩 몽클레어 패딩을 벗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허세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치동에서 ‘학군맘’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가 당연한 듯 요구되었다. 학원 앞에서 같은 브랜드를 입고 모여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 몽클레어 패딩은 단순한 방한용품이 아니라 일종의 ‘소속감의 증표’였다. 하지만 이제 그 소속감이 무너지고 있다.
변화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경제적 여건의 변화, 가치관의 전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허세를 부리는 것이 더 이상 멋지지 않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 이렇게 잘 나가’라는 메시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나 이렇게 편하게 산다’가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과시보다는 실리를,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중시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허세란 본디 무거운 것이다.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과 에너지를 끊임없이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그 무게를 덜어내는 순간, 사람들은 비로소 가벼워진다. 몽클레어를 벗은 엄마들의 변화가 보여주듯, 진정한 여유란 브랜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에서 온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허세의 무게에서 벗어나, 진정한 가벼움을 누리는 삶.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변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