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강남역 미아 4장 5화

준법 경영의 충돌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4장 5화

준법 경영의 충돌: 본사 프로젝트와 현장의 경계


2013년, 본사는 글로벌 회계법인 D사와 손을 잡았다.

그 순간부터 회사는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를 경영 핵심 재무제표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IPO(기업 공개) 이후 강화된 내부관리 체제의 시작이었다. 그 변화는 특히 아시아 지역의 변화 압력으로 연결되었다.


그의 손에 처음 준법 경영 업무가 떨어졌을 때, 그는 한참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이것은 단순한 규정 강화가 아니었다.

그것은 본사와 현장 사이의 새로운 의무의 탄생이었다.


1. 글로벌 프로젝트의 서막


처음 컴플라이언스 이야기는 글로벌 계약서 관리 워크숍에서 보조적인 의견처럼 흘러나왔다.

그때만 해도 아무도 그것이 아시아 전역에 흘러갈 거대한 프로젝트가 되리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2015년 글로벌 미팅에서 그것은 본론으로 떠올랐다.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그는 이미 내부관리 책임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2. 그, 아시아 컴플라이언스 책임자가 되다


본사는 아시아사업부 전체를 총괄할 책임자로 그를 지명했다.

회장의 강한 추천이 배경이었다.

회장은 그가 조직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익숙한 관행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무심결에 사용한 경비가 규정을 넘어서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어떤 직원은 횡령으로 적발되었다. 반성문과 자진사퇴 처리가 뒤따랐다.

회사 내에서는 “해고시키면 타사에 재취업이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로 은근한 배려가 있었다.

그는 그것을 현장의 생존 논리와 제도의 충돌이라 불렀다.


그 직원은 환골탈태하여 훗날 상장사 대표까지 올랐다.

회사도 살고 사람도 살린 처리였다.


3. 준법 교육의 전개


그는 아시아 각국의 의약품 자회사뿐 아니라 음료 자회사까지 책임졌다.

우선 교육자료부터 만들었다. 경영자·임원·관리자·지사의 준법감시인들에게 끊임없이 계몽과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주제는 단순한 규정의 나열이 아니었다.

“왜 우리는 이 절차를 지켜야 하는가?”

그 물음 자체가 가장 큰 교육의 포인트였다.

Q&A 시간에는 각국에서 올라온 질문이 줄을 이었다.


문화적 차이, 관행, 영업환경, 법제도의 모호함... 모든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는 본사의 의도와 아시아 현장의 현실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답변을 조율했다.


그의 답변은 종종 본사와 현장의 ‘온도 차’를 메우는 일이기도 했다.


4. 현장 의식개혁과 경영진의 저항


일반 직원들과 영업 말단의 의식개혁도 중요했지만, 더 큰 난제는 경영진과 임원층이었다.

횡령과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를 막기 위한 예방조치가 중요했다.

사장들은 그를 ‘저승사자’처럼 여겼다.

사실상 본사 내부에 이미 감사팀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가 하는 교육은 일종의 예방접종이었다.


2016년 이후 본사는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통해 다수의 지침을 아시아 각국에 통지했다.

수비를 강화함으로써 공격력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선언한 셈이었다.


그 말의 이면에는 '위기 대응 체계가 없는 기업은 자동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5. 세계의 사건들: 규제의 국제화


본사는 오너의 서거로 공격 경영이 잦아들며, 그룹은 관리 중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단지 기업 내부의 선택이 아니었다.

세계 곳곳에서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대형 사건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에서는 진통제 출시 지연을 둘러싼 독점금지법 위반 뉴스가 보도되었고, 미국은 제품 부정판매 봉사 활동 논란이 터졌다. 일본에서는 임상연구조작, 중국에서는 정부 관계자와 의료인에 대한 뇌물 제공 사건이 폭로되어 매출이 감소하고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글로벌 사건들은 규제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공유해야 할 리스크임을 보여주었다.


6.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한 전환


미국의 해외 부패방지법(FCPA), 영국의 뇌물방지법(UK Bribery Act)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업의 국제무대에서 준법 준수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본사는 이 흐름에 맞춰 10년 후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젝트를 32개 국가에 전파했다.

이것은 단순한 규정의 확산이 아니라 현장의 일상과 행위 패턴을 재정의하는 압력이었다.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았다.


각국 법규 및 정책 반영

시스템 리스크 감소

교육 및 트레이닝 프로그램 구축

현장 리스크 조기 발견

위기 대응 체계 마련

커뮤니케이션 및 보고 프로토콜 강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현장 조직이 자체적으로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정비되어야 했다.


7. 글로벌 거버넌스와 보고 체계


컴플라이언스 부서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현장의 창의성과 규칙 간 균형 축으로 작동해야 했다.

정책 수립, 행동 규범, SOP(표준 업무 절차), 모니터링, 감사, 상담 채널 등은 단지 시스템이 아닌 조직의 신뢰 자본이었다.


각 지사는 컴플라이언스 책임자를 임명해야 했지만 대부분 회계나 법무 담당자를 겸임시켰다. 아직은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

2015년 홍콩에서 제1회 컴플라이언스 책임자 회의가 개최되었다.

본사는 각국 업무 절차의 구체화를 강조하며, 우선도 높은 SOP 작성과 연간 교육 계획을 지시했다.


8. 규정과 현장 현실


그가 가장 난감했던 부분은 프로모션 활동 규정이었다.

음식·물품 제공, 학회·강연회, 시험용 의약품 제공, 기부 관리, 의료진과의 교류 등 수많은 규정은 현장에서는 너무나 복잡하고 세밀한 경로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규정은 문서상으로는 완벽했지만, 현장에서는 적응의 문제가 발생했다.


간접 업무용 규정 또한 개인정보 보호, 소셜 미디어 이용, 구매·아웃소싱, 괴롭힘 방지, 안전·위생, 정보 단말기 관리 등 매우 광범위했다.


IT 관련 규제도 포함되었고, 이 모든 것은 본사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9. 한국을 모델케이스로


2016년 말 한국에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법, 흔히 말하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며 전통적인 접대 문화 전반에 걸친 혁명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사회 전반을 뒤흔든 미투(Me Too) 운동은 기업 내 성희롱과 갑질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전 세계가 규제 변화의 흐름을 공유하는 시점이었다.


본사는 한국을 아시아 준법 경영의 모델케이스로 삼고자 했지만, 한국 지사 내부에서도 성희롱과 조직 문화 문제가 폭로되며 전략은 난관에 봉착했다.

그는 아시아 출장에 앞서 한국부터 조직 내부 정비를 철저히 교육하도록 지시받았다.


10. 역할과 조직 변화


컴플라이언스 책임자(Chief Compliance Officer)는 최종 책임을 지는 직책이자 전략 조정자였다.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실무 운영·모니터링·지원의 중심이었다.

일부 지사에서는 3~5인 체제로 팀이 구성되기도 했다.


2016년이 되자 아시아 사업부장도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시아 각국의 규제 상황을 파악해 가며 대응 전략을 현지에 맞게 조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싱가포르·홍콩은 비교적 체계화가 진행되었으나, 중국·인도네시아 등에서는 여전히 '관리의 시효'가 길었다.

특히 부패 지수가 높은 동남아 국가에 대해 그는 중점적으로 리스크 대응 전략을 전개하였다.


11. 출장과 현장 학습


그는 아시아 전역에서 5년 동안 50회 이상의 출장을 다녔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20회 이상의 화상회의를 통해 관리자들과의 소통을 이어갔다.

그는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을 기반으로 각국의 규제와 문화의 접점을 찾아가는 법을 배웠다.


12. 회고와 전환점


지금에 이르러 돌아보면, 준법 경영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당시 현장에서는 거부감이 매우 컸다.

그는 사장단과 식사 자리에서 서먹한 침묵을 나눈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어떤 지사의 사장은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어려워했고, 식사자리까지 피했다.

그는 공격수였던 자신의 역할이 수비수로 전환되는 순간을 온몸으로 느꼈다.

공격과 수비, 양면의 균형이야말로 진정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배웠다.


아시아 각국을 돌며 그는 깨달았다.

준법 경영은 단지 규정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장과 본사가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가는 긴 여정이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keyword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글사랑이 조동표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고, 인간다움을 찾으며,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고, 미래의 삶에 공헌하며, 행복하게 살기.

70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0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9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