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서는 안될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의 이야기
8년동안 충실히 나와 가족의 발이 되어준, 내 성격상 아주 아끼지는 못했지만 든든했던 차량의 엔진에서
몇개월 전부터 간헐적 물소리가 들려온다.
시동시 출렁 파도치는 듯 한번 물결이 치고 나면 간헐적인 주행 중 가속시 들리는 소리가 신경이 좀 쓰였다.
언젠가 조수석의 페트병에서 물이 샜었는데 그 물들이 고여 소리가 나는건 아닐까?
이런 기발한 몹쓸 상상력에 혼자서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응당 들리지 말아야 될 소리임을 알면서도 주행에 다른 문제가 없어 괜찮을 것이라 애써 나를 다독이며
주행도 많지 않고 바쁘니 점검을 미뤄오길 수개월.
8년차 마지막 무료점검일이 다가와 마침내 기아오토큐에 설마 큰 문제 없겠지 되뇌이며 입고를 했다.
정기점검 신청서의 추가 확인해야 할 문제점을 쓰는 란에
[시동을 걸거나 주행 중 엔진 쪽에서 물소리가 납니다] 한 줄 추가를 한다.
이정도면 알아서 점검을 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2층 휴게실에 올라와 앉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본다.
차량에 대해 전문 지식이 없다보니 정비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입장이다.
오토큐는 비교적 휴게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공간 [여성고객쉼터] 남성 출입 불가라는데
이럴수가 저 고급져 보이는 안마기는 이 공간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닌가?
이미 여러 남녀 고객들이 공동 휴게실에서 쉬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이런 공간을 따로 만들었을지
왜 안마기는 여성전용 공간에만 두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속사정이 있겠지?
담당자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다면 나도 대기하는 동안 마사지 기계를 사용하고 싶다고 전했을텐데 아쉽다.
들어가는게 불법은 아니겠지만 찝찝하지 않은가.
점검이 끝났는지 전화가 온다.
내려가서 정비 내역을 보니 거의 대부분 차량 상태는 양호 수준.
물소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여 정비사와 함께 승차 후 시동을 걸며 설명을 하니 소리가 작아 쉽게 증상을 잡아내지 못한다. 시운전을 해보고 와서도 정확한 파악이 안되는지 연륜있어 보이는 다른 상급 정비사를 불러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두사람이 함께 시운전 후 들어와 심각한 표정으로 상급 정비사가 나를 부른다.
냉각수 문제인데 어디서 역류하는 것 같습니다. 냉각수도 비어 있고요.
엔진을 내려 보고 수리할 것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상태가 심각하나 보다 싶어 견적을 물으니 380만원+a 가 될듯 하다는데 입이 떡 벌어진다.
엔진 교체 비용에 육박하는 금액을 잔존가치 매매가가 2천만원도 안될 차량에 쓰기가 난감했다.
(나중에 중고차 가격을 알아보니 8년만에 80% 감가상각이 이루어 졌다. 폐차때까지 타기로 결정했다.)
정상적인 운행과 연식대비 짧은 운행거리에도 엔진을 내려 수리가 필요할 정도의 결함이 왜 발생하는지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 뿐. 어딜 고칠지도 엔진를 내려 봐야 알겠다 하니 답답했다.
어쨋거나 차는 굴러가니 받아 가는 나에게 운행이 위험하니 빨리 입고 시키라는 말로 이 날의 정기 정검은 마무리 되었다.
차를 바꿔야 하나, 아니면 수리를 해서 타야 하는 심란한 마음에 차량의 증상을 동호회까페에서 검색을 하니
이럴수가 오토큐에서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내 차만의 고질병이 아닌가.
동네에서 남편이 바람나면 동네 사람은 다 알아도 마누라만 모른다더니,
동호회 까페 내에서는 나 빼고 다 아는 분위기로 같은 차량의 차주 회원들이 이 증상으로 수리를 하며 이 엔진의 문제점을 성토하고 있었다.
다행히 같은 증상의 수리 사연을 써 놓은 글을 보고 이 증상을 전문적으로 고치는 사설 사업소를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예약을 하고 사업소를 방문하게 된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착 5Km 전부터 갑자기 냉각수 과열 경고등이 뜨는데 정말 놀랬다.
정말 냉각수가 없어 엔진이 다 늘러붙는 거 아닌가?
막연한 걱정을 하다 보니 길까지 잘못 들어 남은 1Km 남짓 거리가 다시 3Km 로 늘어났을 때는 등뒤에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좀 과장하여 영원같았던 3Km 를 달려 사업소 도착 한뒤 정비사장님과의 면담을 하였다.
앞서 통화도 했지만서도 나의 증상와 차량 소리를 다시한번 면밀히 듣고 나시더니
왜 이런 소리가 나고, 차량 설계 제작 부터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어떤 식으로 어디를 고치고(물론 정비소 사장님의 사적인 의견) 간혹 추가될 수 있는 수리 내역 및 점검 하는 김에 같이 교체하면 좋은 소모품, 수리 비용 기간까지 선 자리에서 속시원히 들을 수 있었다.
문득 초코파이 CM 송이 생각이 났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보아도 알아
그냥 바라보면 음~♪
한국인의 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가사가 가슴 깊이 와닿는 정감있는 노래이다.
나는 이날 이 초코파이 CM송의 감동을 면담하면서 느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차에 대해 속속들이 아시기에
증상를 보고 듣자마자 알고 바로 원인 파악이 되며 수리 계획까지 한번에 결정하는 경험을 그날 할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소리만 들어도 알아
본넷 열어보면 음~♪
그리고 약속된 2일 뒤 오토큐 초기 견적의 30% 미만의 금액으로 다시 이전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된 차량을 만날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찾으러 갔는데 사장님이 전날 과음으로 출근이 늦어 직접 인사도 못하고 차량을 가져온 것이 좀 아쉬웠다. 나도 가끔 수술이 고되지만 잘 되었을 때 시원히 맥주 한잔 하곤 한다. 그 기분 이었겠지 싶다.
사업소의 7-8개 되는 리프트에는 수리하고 있는 차량이 띄어져 있었고 주차장에는 코로나가 무색하게 수리를 기다리는 차들로 가득했다.
역시 기술과 실력이 있으니 코로나 불황에도 빈 자리 없이 수리할 차량이 가득하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우선 순위에 들지 못해 미루게 되는 일들이 있다.
그것이 뒤로 밀려도 상관이 없으면 모르겠지만 만약 일을 키우게 된다면 문제가 되는 것들이 몇 있다.
대부분 비가역적 즉 회복되지 않는 문제들이다.
차량같은 경우 톱니바퀴가 어긋났는데 제때 고치지 않으면 톱니 바퀴를 갈아야 한다.
치아의 경우 썩어버리면 갈아내고 떼워야지 재생되지 않는다.
내 전공의 목허리의 디스크 및 협착. 디스크는 망가지면 점점 메말라 비틀어지고 파열되면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협착 또한 구조상 계속 좁아지게 되는 병이다.
이런 비가역적인 문제들은 일이 진행되기 전에 해결을 해야 한다. 철저 관리를 해야 한다.
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비소의 기술 좋은 사장님을 만나야 하고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치과의 세밀한 손길의 치과 원장님을 만나야 하며
목 허리에 문제가 생기면 정확히 진단하고 악화 진행을 막아줄 신경외과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차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문제 있는지 아는 정비소 사장님처럼
외래로 들어오는 걸음걸이만 봐도 이야기만 들어도 자세만 바라보아도 바로 진단과 치료 계획이 나오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또 노력하여도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오래된 통증을 견디다 못해 내원했을 때 막연한 불안감
큰 문제가 있을까봐, 행여나 수술이 필요하다고 할까봐 긴장된 얼굴로 앉아 있는 환자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 불안을 잠재우고 위로를 하기 위해서 실력이 뛰어난 명의를 넘어서는 심의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개인적으로 오리온 초코파이를 최고로 친다.
타 제품은 초코빵이 좀 퍽퍽한데 오리온은 촉촉하다.
병원 간식으로도 초코파이가 많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니 위로와 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고등학교 시절 성악하는 친구가 과체중이었는데 매일 초코파이를 한 박스씩 먹었다고 한다.
마시멜로를 먹고 찐 살은 안빠진다는 허무맹랑한 괴소문도 있어 은근 초코파이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마시멜로는 함께 먹게되는 초콜릿과 빵등에 비해 트랜스지방 및 콜레스테롤이 없는 의외로 저칼로리 식품이다.
뭐든지 적당히 즐기며 먹으면 그게 보약일테다. 맛있게 먹으면 0 Kcal 라 하지 않는가?
오늘은 간식으로 오리온 초코파이 하나를 추천해 본다.
참고로 검색을 해보니 롯데 초코파이가 식감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이런. 그렇다면 둘 다 하나씩 먹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