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에 올라가서 풀을 뜯는 사람

by 지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위가 안 좋았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갈 때마다 거의 항상 멀미를 했다. 대학원 졸업 후 갔던 연구원 생활은 내 위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위 건강은 식습관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쓰렸고, 점점 변기를 잡고 토하는 횟수가 잦아졌다. 위내시경을 받았고 위염, 위경련, 위용종 2개, 역류성 식도염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내가 가지고 있던 위 용종들은 위암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적은 것들이었지만, 나는 술과 커피를 끊었다.


즐겨마시던 두 가지 음료(?)를 끊었으니 관심이 차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따뜻한 홍차나 밀크티를 마셨고, 소화가 안될 때는 매실차를, 저녁에는 캐모마일이나 루이보스 티를 마셨다. 차 마시는 습관이 나랑 잘 맞았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남편이랑 책 읽는 휴식시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우리 요가 선생님이 보이차를 소개해줬다. 요가 전에 마시는 그 풀냄새 나는 차가 왠지 맘에 들었고, 소개받은 찻집에 찾아갔다.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에 있는 동백나무의 변종에서 딴 잎으로 우린 차를 의미한다. 발효차이기 때문에 유효기한이 따로 없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효능과 가격이 상승한다. 실제로 오래된 찻잎은 약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인 다반사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쓰는 말속에도 차를 마시는 일은 그만큼 흔한 일이다. 차의 기능은 정화, 해독, 소화인데, 특히 보이차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곳엔 소화 기능을 관장하는 소장이 있고, 여성의 경우 자궁이 있다. 차를 마시면 몸이 후끈 달아올라 땀이 살짝 난다. 요가를 하기 딱 좋은 상태의 몸상태이다.


보이차를 마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자사호에 보이차 4g(1인분) 혹은 6g(2인분)을 넣는다.

2. 자사호에 팔팔 끓인 물을 넣고 뭉쳐있던 보이차를 풀어준다. 오랜 시간 동안 뭉쳐있었기 때문에 먼지 같은 것들이 묻어있을 수 있으므로, 처음 우린 차는 마시지 않고 버린다. 이 과정을 "새차"라고 한다.

3. 풀린 보이차를 보면 불어난 양에 조금 놀랄 수 있다. 다시 팔팔 끓인 물을 넣고 적당한 시간(3분~5분) 정도 우려서 마신다.


찻잎을 우리는 시간은 횟수가 늘어날수록 서서히 늘리면 된다.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자신에게 적당한 진하기를 가진 시간을 알게 된다. 5번~7번 정도 우려서 마시는데, 통상적으로 두 번째 우린 차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찻집 사장님과 2시간 동안 대화 중 기억에 남는 말은 다음과 같다.
"세상에 쉽고 빠르게 바뀌는 건 없습니다. 있다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보이차를 한번 마신다고 살이 빠지거나 몸이 한순간에 좋아져요 라는 건 거짓말입니다. 다반사(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를 하게 되면 서서히 변하게 되는 걸 스스로 느끼게 될 겁니다."

사장님이 보이차를 왜 마시려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대답했다. 아직은 차를 마시게 되는 습관을 들이고 있는 단계지만 일상이 되었을 때, 차가운 머리와 맑은 정신, 따뜻한 배와 손발을 가지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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