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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Dec 14. 2022

무덤 마을의 버려진 아기 신발

소외된 곳의 한줄기 빛

필리핀으로 출장을 갔던 때

우리는 촬영을 위해 필리핀 다나오 지역에 있는

빈민촌들을 방문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묻어놓은

무덤과 함께 생활하는

무덤 마을에 방문을 하였다.


직접 방문해서 본 무덤 마을은

내가 생각했던 곳과는 매우 달랐다.


기존 우리가 생각하는 무덤과 달리

필리핀 무덤 마을의 무덤들은

콘크리트로 된 관 안에 시신이 있고

그 위로 무덤의 층이 쌓이며 올라간 형식이었다.


필리핀의 무덤 마을

사실 무덤 마을을 처음 와본 것은 아니다

필리핀 다른 지역의 무덤 마을도 가본 적이 있는데

필리핀 내에서도 외곽 지역이라 그런 것인지

상당히 더 낙후되어 있고

관리 또한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다.


마닐라에서 봤던 무덤 마을은

가드가 따로 있어 촬영을 제지하거나

출입을 확인하는 등

철저하진 않아도 관리하는 시늉은 했었다.


하지만 이곳은 관리하는 사람도 전혀 없고

따로 알고 찾아오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철저히 분리되고 고립된 마을이었다.


무덤 마을 사람들

이곳의 사람들의 삶은 참 안타까웠다.

별다른 일자리가 없어 일을 해 돈을 벌고 싶어도

일을 할 기회조차 없다.


그나마 마닐라의 무덤 마을은

무덤을 청소하거나 관리해주는 대가로

한 달에 몇 천 원 되는 돈을 받는 곳도 있었지만,

이곳은 전혀 그런 소일거리조차 없었다.


상당히 열악하고 위험한 장소에

상당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었고

어린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무덤은

밥을 먹는 식탁이 되기도 하고,

빨래도 널고, 잠자리가 되기도 하며

심지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죽어서 긴 잠을 자는 이의 무덤 위에

산 사람이 잠을 자고 있고,

새로운 생명인 아이들이 뛰어놀고

그 아이들의 물건이

곳곳에 버려져 있는 혼란한 곳이었다.


그 마을에 한 무덤 옆에

빛 한줄기를 따라가 보니

아주 어린 아기의 신발이 버려져 있었다.


무덤마을을 돌아보며 발견한 버려진 아기 신발


무덤 마을에 버려진 아기 신발

바닥에 수많은 쓰레기들이 있어

어떤 것이 버려져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유독 가장 구석에 버려진 신발에

빛 한줄기가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신발을 보며

아이가 잃어버린 신발일까?

아이의 부모가 죽어서 이곳에 묻혔을까?

혹은 아이가 생을 마감했을까?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생각이 더욱 깊어질수록

마을 사람들과

이런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다나오의 무덤 마을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아이의 신발

우리를 그 마을로 이끌었던 필리핀의 봉사자

내 시선을 신발로 이끌었던 빛 한줄기


많은 무덤들 중에 구석에 버려진 아이 신발에

한 줄 빛이 내려와 발견할 수 있었듯이


많은 나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이들에게 한줄기의 빛이 되어,

아이들이 많은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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