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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창희 Nov 24. 2022

국보 1호

남대문 중고 카메라 매장

'남대문'(숭례문).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 방향으로 나와서

조금만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국보 1호'이다.

또, 남대문은 카메라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방문을 해보았거나, 관심을 가졌던 곳들 중에 한 곳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보 1호 남대문

중고 카메라의 성지

남대문은 아는 사람들은 아는 중고 카메라의 성지이다.

옛날 골동품 카메라와 렌즈부터 요새 출시되는 장비들까지 

판매와 구입을 하는 매장들이 즐비해있다.

나는 카메라로 영상과 사진을 찍기에 당연히 많이 오갔던 곳이다.


나에게 카메라란?

나에게 있어 카메라는 어떤 물건일까?

단순히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도구이지만,

나에게는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고

가족모임, 단체 행사에서는 나보다도 더 대우를 받는 녀석이며,

심지어 내가 일을 하여 밥을 먹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다.


그런 카메라가 나에겐 두 대가 있었고

내겐 아주 중요한 물건이기에 다른 사람은

만지지도 못하게 할 정도로 소중하게 다뤘다.


그 정도로 나는 카메라를 사랑하고, 좋아하며, 귀하게 여겼다.


카메라보다 중요한 것

물론 나의 가족, 내 주변 사람들이 카메라라는 물건보다는 소중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카메라를 넘겨주는 일의 거의 없었다.


그렇게 소중한 나의 카메라를 지금 아내에게 하나를 주었다.

왜냐?

사랑...이라는 단어는 참 오글거리고,

그냥 뭐랄까 내 아내는 내 카메라를 망가뜨려도

화가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생각에 주게 되었다.


다시 남대문

그렇게 아내에게 넘겨준 카메라는 아내가 다루기에 제한이 많았다.

끼워져 있는 렌즈는 휴대폰처럼 넓게 찍히지도 않고

멀리 있는 물건을 줌으로 당겨서 촬영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에 불만을 해결해주고자 이런저런 의견을 듣고

남대문 중고 카메라 매장을 방문했다.

남대문의 중고매장에서, 미리 내가 알아본 렌즈와

사장님이 추천하는 렌즈를 비교해보며 고민에 빠졌다.

"휴대폰 화각처럼 넓게도 찍혀야 하고요, 콘서트 가서 촬영해야 해서

줌도 많이 당겨져야 하고, 화질도 좋고, 가벼워야 해요..."

알고 있다. 이런 렌즈는 없다.

그렇게 사장님과 열띤 토론 끝에 렌즈 하나를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하게 된 새(중고) 렌즈


이제 같이 사진 찍으며 즐겁게 다니겠네?

아니.

아내에게 주었던 카메라와 렌즈 모두 우리 가정의 생활비와

이곳저곳 재정의 뒷받침이 되어 떠나갔다.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게 있나 뭐,

그래도 어떤 걸 구입해야 좋아할까 생각하며 고민하고

같이 취미생활을 할 것을 생각하며 남대문을 다녔던 것은

나에게 좋은 경험과 기억이 되었다.


대한민국의 국보 1호가 남대문이듯

나에게 있어서 보물 1호는 아내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남대문의 기억이란

'서툰 사랑의 표현'인 것 같다.


나는 표현에 서툰 사람이다.

남들처럼 꼼꼼하게 감정에 공감해주고

자주 사랑을 표현해주지 못한다.

나는 남대문 상가 지하 구석에서 렌즈를 고르듯

선물 받고 좋아할 얼굴을 생각하며

혼자 구석에서 기뻐하고 뿌듯해하는 사랑.

그것이 나의 감정 표현이자 사랑의 표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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