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송 Sep 10. 2020

코로나 시대, 공연동아리의 불안 2

학공의 뉴노멀 찾기

※ 다른 플랫폼에 기고한 글을 아카이빙 한다.

※※ 이 기사는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공연동아리들이 겪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아봅니다. 2부에서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동아리의 미래에 대해 살펴봅니다.





동아리의 존속 여부는 물음표로 가득하다


2학기보다 좀 더 멀리 바라본다면 어떨까. 코로나가 장기화하여 1년 내지는 2년 동안 여러 제약을 받게 된다면, 극예술 동아리는 존속이 가능할지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긍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며, 걱정된다’라는 답이 중론이었다. 이러한 답이 나온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극예술 동아리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원이 많은 편이다. 예컨대 밴드처럼 유연한 멤버 구성이나 소규모 활동이 가능한 동아리와 달리 극예술 동아리의 경우엔 아무리 작은 공연이라도 최소한의 필수 인원이 꽤 있다. 기본적으로 배우, 조명, 음향, 연출, 기획, 무대 장비와 디자인 등의 요소가 공연마다 필요하다. 그렇기에 독백, 2-3인극이나 새로운 공연 형태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연필요인력의 디폴트 값이 큰 것이다. 정기공연 당 ‘최소 25명에서 35명 가량이 참여했다’라는 수의 증언은 그 동아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대규모의 인원이 자유롭게 집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즉 코로나 19 상황이 완화에서 그친다면, 기존 방식대로의 연습은 요원할 것이다.


둘째, 온라인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예를 들어 대본 리딩에서는 발성과 감정연기의 세세한 부분을 알아채고 피드백을 해줘야 하는데, 온라인으로는 그러한 피드백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의 동아리는 비대면 연극 연습을 진행해보았던 적이 있지만 그는 이 경험에 대해 “배우 사이의 합과 역학이 중요한 연극의 특성상 만족할 만한 결과가 보이진 않았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현의 답변은 정규 공연 연습 이외의 온라인 소모임도 힘들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극작 소모임과 같은 경우는 비대면으로 진행 시 자율적으로, 소위 '즐기면서' 극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나 수업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카톡방 등을 통해 언제까지 얼마나 작성을 해라, 피드백 한 것 오늘 중으로 올려주겠다…. 이런 형태의 워크숍은 안 그래도 과중한 과제에 시달리는 신입생들과 회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셋째, 기존 방식으로의 인수인계와 세대교체가 어렵다. 공연 기간은 그냥 수업을 빠진다고 생각하라는 말처럼 공연동아리는 부원 개개인의 결속력과 헌신을 바탕으로 굴러간다. 거기에 각 파트별로 이전 기수의 노하우와 경험, 정보 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다. 조명이나 음향장비 다루는 법 외에 연기, 연출의 영역에서도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며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면서 끈끈한 결속력과 공연에 대한 애정이 생기는 것이다.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공통으로 걱정한 부분도 신입 부원들이 과연 이전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동아리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인 새로운 부원이 유입되어 극회에 정을 붙일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기약 없이 늘어지면서 아무래도 이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선발 후 신입생들이 아무 활동도 하지 못했기에 이들의 소속감과 향후 실무 투입 시 활동 수행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동아리의 특성상 결속력도 중요하고 인수인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 그게 하나도 안되는 상황이라서요.”


활동에 대한 의지만으로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다림 대신 적극적으로 나아가기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코로나 19가 우리 세대의 마지막 판데믹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과학자들은 또 다른 동물 유래 변종 바이러스의 존재를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끝내 종식되지 않는 상황이나 제 2, 3의 판데믹이 도래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대안이 있을까.


극예술 동아리는 아니지만 춤이나 밴드 동아리 등 다른 공연동아리들은 온라인이라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대학 밴드는 2학기 신입 부원 모집공고를 올리면서 스튜디오 라이브, 커버 뮤직비디오 촬영, 자작곡 제작 등의 활동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선발 과정 또한 연주 영상과 비대면 면접을 통해 진행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활동이 기획되고 있다. 문화예술지식정보시스템 ACKiS 기자단 취재 기사에 따르면 커버댄스 챌린지, 아이돌 춤 커버 영상 제작, 밴드 연습 영상 업로드, 짧은 동아리 다큐멘터리 만들기 등 수도권 대학 공연 동아리들은 적극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제작 활동에 나서고 있다. 활동이 거의 멈춘 극예술 동아리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밴드 동아리 인스타그램 컨텐츠 / 출처 : '청바지 기워입기' 인스타그램


사실 다른 분야의 공연동아리들이 훨씬 더 빠르게 안정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들이 이미 코로나 전부터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서일 수도 있다. 커버댄스 영상이나 뮤비, 노래 영상을 동아리 SNS에 올리고 홍보하는 경우도 많았다. 극예술 동아리는 분명 그런 점에 있어서는 보다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제 극예술이라는 장르에 있어서도 ‘뉴노멀’이 필요한 시대이다. (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라는 뜻이며, 2005년 샌드먼이 처음 사용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 최근 자주 이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언제까지고 관객과 오프라인에서 만날 날만을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극 무대는 계속해서 바뀌어왔다.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에서 공터의 가설 무대로,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시니엄 무대로. 서양 문화권 외에도 우리나라의 마당극이나 베트남의 수상 인형극 등이 존재했다. 그럼 연극과 뮤지컬의 기본 세팅이 온라인이 되는 시대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아니, 와야 하지 않을까.


임, 한, 수, 그리고 현 또한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할 때 새로운 활동 방식이라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공연해야 할 지 매뉴얼을 작성하고,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강구하고, 체계화된 방역 시스템 속에서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찾기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래도 어려운 점이 많을 것입니다. 공연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까요. 영상과 음성 등 기존의 무대공연 이상의 대안을 구상해야겠죠.”



온라인이라는 돌파구그리고 현장감


실제로 공연계 현장에서도 올해 들어 온라인 생중계 공연이라는 시도가 많이 일어났다. 아르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다양한 예술단체에 온라인 생중계 사업 지원을 펼쳤고, 영국에서는 <Phantom of the Opera> 공연을 48시간 무료 스트리밍으로 제공하며 시청자들의 자발적 후원을 받았다. 지금도 LG아트센터 등 사설 공연장 또는 국공립 예술단체에서 온라인 공연을 시도 중이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배우로 활동한 한 대학생은 반드시 해당 현장에서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공연 플랫폼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연극 공연을 영상으로 녹화한 것들을 판매하는 플랫폼 사이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활용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접근성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 외국에서는 이미 이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데, 아마존이나 Digital Theatre 등의 사이트에서 공연 영상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방안에 대해서도 당연히 반론이 있다.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교류하는 현장감이 사라진다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걱정이다. 하지만 극예술이 아닌 다른 장르가 온라인 활동을 꽤 많이 하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하면 좋을 것이다. 이들 또한 그 ‘현장감’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MTV가 주최하는 2020 VMA 퍼포먼스는 작년과 다르게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대신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에 더욱 공을 들였다. 코로나 전에도 팝스타의 슈퍼볼 공연이나 콘서트 무대를 온라인으로 보는 사람의 수는 실제로 그곳에서 공연을 보는 사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물론 직관할 때보다는 생동감이 떨어질 테지만, 여기에서의 포인트는 ‘라이브보단 덜하지만 이것도 꽤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장감을 꼭 고수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이다.


MTV VMA 공연 영상 / 출처: 유튜브


NT live / 출처 : 유튜브

영국의 국립극장 공연을 영화관 등에서 스트리밍 상영하는 NT live의 경우도 비슷하게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영국의 극장에서 실제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NT live는 멀리 떨어진 공연을 우리 곁으로 가져오는 일을 해냈으며, 그 점이 관객들에게 먹혔기 때문에 유료 서비스임에도 성공했다.



온라인이라는 돌파구그리고 뉴노멀


온라인 공연과 활동에 대한 또 다른 반론은 앞서 ‘동아리의 존속 여부는 물음표로 가득하다’ 파트에서 서술했듯, 극예술 동아리 특성상 아예 온라인 활동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연을 온라인으로 송출하는 것은 둘째치고서라도 연습이나 모임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걱정도 기존에 하던 대로 활동을 진행하려고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온라인으로 리딩회를 진행할 때 오프라인에서 기대했던 것들을 똑같이 적용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연습, 워크숍, 소모임, 모두 마찬가지이다. 아예 생각을 바꾼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5월 경 대학생이 모인 한 연극 프로젝트에서는 Zoom 프로그램을 이용한 비대면 연극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예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배경 자체를 연출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듯 무대에 대한 상상을 기존의 공연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뉴노멀의 시대에 걸맞게 우리는 새로운 판에서 기존의 것을 다시 실현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을 수용하고 그에 맞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서도 학생들은 연극과 뮤지컬 활동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여러 애로사항과 부정적 전망에도 굴하지 않는 것은 극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공연예술에 대한 사랑, 그것은 ‘왜’ 이 상황에서도 극예술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에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아서’ 뒷순위로 밀려난 것들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인간으로서 사랑하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을 추구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룩했다. 생존을 넘어선 인간성과 사유를 지키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 학생 인터뷰는 동의를 받아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좋은 의견을 제공해준 임, 한, 수, 현 네 학생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지는 그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