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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늘 설레는 마음으로

새 노트와 계절의 문턱에서

by 주정현



새로운 노트를 펼치는 순간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7월 1일부터 써 내려간 모닝페이지 노트를 어제 다 채우고, 오늘 아침 새 노트의 첫 장을 열었다. 빳빳한 종이 위에 펜을 올리는 순간, 아직 비어 있는 공간이 주는 설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노트의 첫 장은 늘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우연히도 오늘은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 그 시작과 처음이라는 단어가 한데 겹치며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월요일 아침의 공기는 언제나 다짐과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보니 단체 채팅방이 개기월식 사진으로 가득했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는 부지런함은 없지만, 올빼미 같은 친구들이 대신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덕분에 따뜻한 이불 속에서도 우주가 보여주는 장엄한 장면을 간접적으로나마 함께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인생이란 것도 이와 비슷한 게 아닐까.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건네받으며 서로의 하루를 채우는 것. 그 연결감이 어쩐지 든든하다.

날씨도 부쩍 달라졌다. 한동안 뜨거웠던 공기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반팔 옷차림만으로는 어딘가 허전하고, 얇은 가디건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바뀌는 문턱에 서 있다.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이 순간은 마치 새로운 노트의 첫 장 같아서, 늘 긴장되면서도 기대된다.

오늘의 두근거림이 단지 노트와 날씨, 월요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작 앞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설레게 한다.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다는 건 곧 가능성을 믿는 일이니까. 오늘의 이 설렘이 오래도록 내 곁에 머물기를 바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주가 열릴 때마다,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이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자주 느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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