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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리 Mar 25. 2024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읽고

2024-1 아름동 북클럽

[돼지고기파티 후 탄생된 북클럽]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앤섀퍼 & 애니배로스>은 편지형식으로 건지섬에 거주하던 농부, 주부 등으로 구성된 독서 회원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2차 세계대전 시 독일군이 주둔하던 상황에서 건지섬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당시 독일군은 생선, 돼지, 닭의 숫자를 파악했고, 새끼를 나면 출생증명서를 발급, 장부에 기록하고 사망증명서도 발급했다고 한다. 건지섬 주민들은 대신 감자재배로 끼니를 때웠으며 그것도 부족해서 감자껍질까지 요리해서 먹었다. 그러던 중 아멜리아 모저리 부인이 몰래 돼지 한 마리를 빼돌려 이웃들과 돼지구이파티를 열게 되었다. 파티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독일군에게 들통이 났는데 '문학회 모임 후 귀가 중이라고, 문학회 이름을 물었을 때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라고 용기와 지혜를 갖춘 여성 엘리자베스 덕분에 그날 밤 위험은 모면했다. 그 후 그들은 독일 노동 수용소로 보내질까 두려워 정기적으로 책을 읽고 토론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해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이름이 탄생되었다는 것이다. 


[프랑스 영토였던 건지섬]

  채널제도는 건지섬, 저지섬, 올더니 섬, 사크섬, 험섬, 제트후섬, 브레쿠섬, 리우섬 등으로 저지섬을 제외하고 건지섬관할구역이다.  건지섬을 포함한 채널 제도(Channel Islands)는 노르망디 공 윌리엄(영국 정복왕)의 5대조 노르망디 공국의 창시자인 바이킹인 롤로(Rollo, 846 -930)* 시대부터 내려온 노르망디 공의 영토로서 현재 영국왕실에 소속된 영토이다. 중세시대 1066년 롤로의 증손주인 정복왕 윌리엄이 영국을 침략하여 영국왕을 1백 년간 겸하였다. 그의 후손 윌리엄이 영국 왕이  된 이래 영국의 왕실, 귀족이나 법정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프랑스어였으며 영어는 근세이전엔 서민 언어로 취급받았다. 


  * 드라마 '바이킹 6'에서 '롤로'는 라그나 로스브로크의 동생으로 여러 모습이다. 특히 프랑스 공주의 남편이 되어 자신의 형인 라구나 로스브로크를 배신하는 등 드라마 보기를 멈출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건지섬을 포기했던 영국]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중 건지섬을 포함한 채널제도(Channel Islands)를 독일에 내주다시피 했던 지역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하다. 나도 잘 알지 못했었다. 프랑스가 독일에게 함락된 후 채널제도를 포기했으며 건지섬도 무방비 도시가 되었다. 채널제도가  영국본토와는 128킬로나 멀리 떨어져 있는 반면에  프랑스와는 48킬로의 가까이 있으니 독일군이 접근하기 수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전을 하지 않던 상황에서 모든 군력을 동원해 영국 본토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을 것 같다. 

 

[찰스램과 세네카의 책 구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여러 유명한 책들이 책 속에 등장하는 것이었다. 건지섬을 배경으로 한 빅토르 위고의 <바다의 일꾼들>, 당시 영국사회에서 존경받는 찰리램의 <엘리아 수필선집, 셰익스피어이야기>, 책 속의 주인공이 저자인 <이지 비커스태프, 전장에 가다>,  샬롯브론테  <제인 에어>,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동양의 공자로 평가하는 세네카 <12편의 주요 에세이, 서간문>) , 찰스디킨스 <데이비드 코퍼필드> 등이다. 특히 찰스 램에 관한 이야기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 당시 영국사람들이 그 작가를 꽤나 좋아하는 같았다. 어떤 내용을 담았길래 찰리램의 수필집을 끼고 다닐 정도인가 싶어서 나는 번역서인 찰리램의 수필선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그리고 북클럽 회원 중 존 부커는 언제나 세네카의 책만 고집해서 읽고 발표할 정도였다고 하는데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세네카의 책 중 '화에 대하여'를 구매해서 순식간에 읽었다. 세네카 동생이 요청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2천 년이 지난 현재 상황에서도 공감이 가는 표현들이 많았다. '화'를 일종의 광기로 표현하고 웬만큼 노력으로는 제어하기 힘들다고 했다. 동생에게 '화'를 면하기 위해서는 2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화가 났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보라, 분명 괴물 같을 것이며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있다면 광기 '화'에서 벌어질 수 있다'라고 한다. 나도 이것을 적용해 보고자 늘 작은 거울을 손 가까이 두고 실행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족 단톡에 공유했다. 


  [소감]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뭐지? 의구심이 생겼다. 다른 전쟁 소설과 비교하여 어떤 점이 돋보였을까? 나는 편지형태의 여러 인물들과 나눈 내용들이 언제 끝나고 본격적인 소설이 시작될까 기대하고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이 책은 끝까지 주인공 쥴리엣이 오빠라고 부르는 시드니,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마크, 도시, 아멜리아 모저리, 이솔라, 부커 등과 주고받은 편지형태로 끝맺음을 맺는다. 

  한 사람(애들레이드 애디슨)을 제외한 북클럽 회원 모두가 칭송하는 엘리자베스를 중심에 놓고 소설이 전개되는 것인가?  엘리자베스는 두려운 전시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용기 있는 행동들,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위에서 보기 드문 정의를 실천하는 사랑스러운 여성으로 비친다. 그래도 이 책이 여러 나라에서 크게 유명세를 탄 것에 뭔가 좀 빠진 느낌이었다. 책 후반부로 가면서 다른 전쟁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면 때문인가? 도시와 클럽 회원 모두가 엘리자베스와 독일장교 사이에서 태어난 딸을 가족처럼 사랑으로 보듬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특히 쥴리엣과 도시가 결혼하게 되면서 엘리자베스의 분신인 딸을 친자식 이상으로 양육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이런 면이 이 책의 가치와 인기를 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상적인 표현들]

  침묵을 나눌 수 없는 사람과 여생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더 외로운 일은 없다고 생각해.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애들레이드 애디슨은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가장 큰 죄, 겸손하지 않는 것이 둘째 죄악이라고 하는 분노를 먹고 살아간다. 소금이 없어서 솥에 끓여서 침전물을 소금으로 사용하고자 했으나 땔감이 없어서 바닷물에 채소를 넣고 요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죽은 작가가 쓴 책은 읽지 않는다. 숲과 계곡을 향한 열정이 없어. 내 눈앞에 놓인 가구, 개, 낡은 의자, 광장, 학교 등, 마음만 있다면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라디오를 몰래 듣고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소식을 알게 되었지만 독일군 앞에서는 모른척하느라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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