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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CEO Sep 10. 2023

신입사원의 돌직구 이메일, 이게 무슨 129?!

신입사원이 전 사원에게 돌직구 이메일 송부! 이게 머선 129?



한 그룹의 총수가 자신의 급여를 반납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룹 내 해당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송구스럽다고 공개 사과를 합니다.

입사한 지 만 3년이 채 안 되는, 스스로는 회사에 불만이 없다(?)는 한 신입직원이

무려 3만 명에 가까운 전 직원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이메일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메일의 내용은 대략 이러합니다.

본인은 이 회사가 좋고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건데(?),

회사와 구성원 간의 신뢰에 문제가 있으니

관계회복을 위해 자신이 나서서 공개 질의를 하는 것이고 

경영진은 이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이메일 돌직구 사태는 현재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동종 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일파만파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 성과주의 확산 속 합리적 보상설계에 대한 전사적 고민이 필요한 때


이메일 공개 질의의 핵심은 ‘임금 만족(pay satisfaction)’에 대한 불만 표출과,

납득할 수준의 ‘절차적 공정성(procedural justice)’ 입증 요구

– 이렇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공정성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공정성이란 자신의 투입 대비 산출물에 대한 비율

– 즉,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있어

투입한 여러 가지 것들(input)에 대해 받은 보상(output)의 비율을

반드시 어느 대상(준거집단, reference group)과 ‘비교’를 통해

‘인식(perceived)’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습니다.

투입 대비 산출의 비율이 비교 대상과 서로 같으면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이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때 비교의 대상은 과거의 나, 같은 회사 동료, 동종 업계 동일 직무 수행자 등

그 어느 누구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내가 기대하는 미래의 나 같은 실재하지 않는 존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많은 선택지 중에서 주로 나와 적절한 관련성을 갖고 있으며

그 대상에 대한 정보 획득이 용이할 때 주된 비교 대상으로 선정합니다.

따라서 공정성은 판단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정보의 왜곡과 임의성이 내재된 주관적인 인식입니다.


과거 연공주의 임금체계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민감도가 크지 않았죠.

연공서열에 의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보상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지배적이어서 이직 의도가 높지 않았으니

외부 대상과의 비교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나 성과주의 임금체계가 확산되면서

성과에 따른 개별 보상의 격차가 심화되고,

평생직장의 개념은 붕괴되면서

공정성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개별 연봉을 알지 못하도록

근로계약서에 연봉 비밀 유지 조항 같은 것을 넣어두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내부든 외부든 내가 원하는 비교 대상에 대한

결과적 정보를 얻는 것은 일도 아니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보상 격차에 따른 불만이 생기면

보상체계의 합리성에 의심을 품고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습니다.


그렇다고 연공주의 임금체계 하에서는

임금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임금은 결과적 보상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 만족은, 조직과 개인의 상호 계약관계 속에

노동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임금에 대한 심리적인 만족감으로

이 역시 개별적인 인지 과정에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임금 만족은 공정성처럼 반드시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조직 내 개별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임금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임금에 대한 만족감을 유지 또는 제고하기 위해,

혹은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히려 공정성 회복에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성과주의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며 더욱 고도화될 것입니다.

임금체계도 이에 따라 더욱 복잡해질 텐데요,

개인별로 상당히 차등된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들 간에 충분한 정보 공유가 필요할 것입니다.

개인 연봉 수준에 대한 정보 공유가 아니라,

조직과 구성원에 대한 이해, 일정 원칙에 따른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정보 공유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앞서 다룬 공정성 및 임금 만족은 임의적일 수 있다는 개인적 속성의 한계를

서로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이고,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합리성과 객관성을 기반으로 한 합의 도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그룹의 총수가 연봉을 반납하는 것은

결단코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것이죠. 




- MZ세대를 위한 온보딩(onboarding) 전략 마련해야


특히나 신규 노동 인력인 MZ세대의 유입은

더욱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메일 투서 사건은 어찌 보면 미성숙한 사회 초년생의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이메일 내용에는 기업조직에 대한 경험과 학습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정확하게는 사규에 따라 징계감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훌륭한 인적자원으로 채용되었지만 온전한 온보딩이 되지 않은 듯하여 아쉽기도 합니다.


이 기업의 역사적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보자면,

그동안 서로 다른 기업의 문화가 충돌하는 와중에 지속성장을 해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존재할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양질의 성장을 거듭해오면서,

또한 향후 더욱 발전하는 기업으로 기대하는 만큼

이번 사건이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직문화의 건전성을 위해 소통과 이해가 반영된 제도 정비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숙한 구성원이 되기 위한 노력이 따라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경영자원, 사람에 대한 이해를 통해 거듭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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