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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CEO Jul 13. 2022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 vs. ‘찐’ 일잘러

‘척’을 ‘찐’으로 만드는 방법

저는 꼰대가 절대 아니지만, 오늘의 주제는 저의 라떼 이야기로 풀어볼까 합니다. ㅋ

          



학교를 갓 졸업하고 모 컨설팅 펌에서 일할 때였습니다.

컨설팅 업은 일의 강도가 어마무시 합니다. (뜬금없이?)

참고로 컨설턴트 출신의 펩시코(PepsiCo) 전(前) 회장, 인드라 누이의 말에 의하면

컨설팅 펌에서의 1년은 일반 기업에서의 3년과 같다고 했으니까요. (강조! 강조! 그냥 강조!!)

뭐 암튼, 그때 2~3건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었는데,

팀장님이 오늘 야근해도 괜찮냐고 묻습니다.

물론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초짜에, 일잘러이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더니 함께 저녁 식사를 하자고 하십니다.

그렇게 밥 먹으며 나의 1시간도 까먹었습니다.

식사 후 졸린 두 눈을 부릅뜨고 전투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팀장님이 부르십니다.

잠깐 밖에 나가자고 하십니다.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하려나 싶어 긴장하고 따라나섭니다.

커피숍으로 들어갔습니다.

먹고 싶은 거 먹으랍니다.

배가 불렀지만 달달한 음료 하나 시켰습니다.

디저트도 시키랍니다.

어휴, 배가 불렀지만22 달달한 조각 케익 하나 더 시켰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중요한(?) 얘기를 안 하십니다.

그래서 기다리다가 먼저 물었습니다.

“팀장님, 그런데 하실 말씀 있으신 거 아니세요?”

그랬더니 “그냥 이렇게 커피 사주고 수다 떨고 싶었어.

“?? 아...... 네......”

그렇게 일은 미뤄졌고, 나의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

.

.

팀장님은 왜 때문에 굳이 야근하자며 (제게는 절대 편치 않았던) 수다타임을 가진 걸까요?

.

.

.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날 본부장님이 아직 퇴근 전이었다는 사실을요.


     

팀장님은 상사인 본부장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늦게까지 남아 ‘충성’을 한 것이었고,

팀장의 역할은 팀원들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니

팀원인 저는 당연히 팀장님과 함께 야근을 해야만 했던 거죠.

그렇게 저도 팀장님과 본부장님에게 퇴근을 반납하며 충성(?)을 다 했습니다.

               



일 잘하는 ‘척’하는 분들, 주변에 은근히 있어요. 그렇죠?

초짜는 잘 모릅니다. 내 할 일 하기도 바쁘거든요. 저도 처음엔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 다 보여요. 나중에는 다 알게 돼요. ‘척’과 ‘찐’의 차이를요.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시간을 아주 잘 활용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요, 업무량과 꼭 비례하지 않는 야근과 주말 출근을 자주 하고요,

근무일을 휴무일로 대체하는 대체휴무를 야무지게 챙겨씁니다.

게다가 부지런해요. 절대 늦게 출근하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회사에서의 관계란, 소통, 신뢰, 유대감, 뭐 이렇게 연결되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요,

그 주변의 사람들이 아주 잘 도와줘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이 왜 일잘러가 아니고,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이냐는 거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한번 떠올려볼까요?

일단 ‘일’이 되게끔 하면 좋겠고, ‘일’을 통해 함께 성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일’이 우선이 아니라, ‘보여지는’ 게 우선이다 보니

‘일’의 본질에서 멀어져서, 일의 계획, 의도, 목표, 결과가 흐릿해집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다 보면, 조금 지쳐요.

일 잘하는 척하는 사람의 직급이 높다면, 조금 더 힘들 수 있고요.    

 

물론 과거에, 스펙으로 경쟁하던 시기에는 현재의 희생으로 미래의 성공을 바라볼 수 있었으니

시간 투자로 충성심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 잘하는 척만 해도 조직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죠.

그래서 한편으로 ‘척’은 일잘러가 되고 싶은 초짜에게 좋은 시도가 될 수는 있습니다.

아직 일을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면, 척이라도 따라할 수는 있잖아요?

그러나 여전히 ‘척’으로만 남게 된다면 곤란하다는 거예요.     


지금은!! 성공보다 ‘성장’을 원하고, ‘현재’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아야 하고,

또한 내 일과 내 삶의 ‘균형’도 중요하잖아요.

그러니 ‘성장’과 ‘균형’이 빠진 ‘척’은 한계가 있는 거죠.      


일하기 좋은 회사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신뢰를 기반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곳으로 일잘러들은 계속 모이겠죠.

따라서 내가 일하기 좋은 회사에 다니는 일잘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 잘하는 ‘척’의 관계 투입 시간을 집중으로 바꾸어

일로 인정받고 신뢰받는 ‘찐’ 일잘러로 거듭나야겠습니다.               







++ 사족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가 만약 그 컨설팅 펌에서

팀장님보다 항상 먼저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수다 타임을 즐겼다면?

그럼 예쁨 받는 부하직원이 될 수 있었겠구나??

물론 일잘러로 인정받는 것과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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