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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CEO May 12. 2022

N잡러에게 업무 총량의 법칙이란?

걱정말아요, 사장님! 성과가 더 좋아졌거든요.

‘OO 총량의 법칙’,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전체의 수량이나 무게가 모두에게 동일한 값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인데요각자의 인생살이에 가끔 위로가 되어주는 말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행복 총량의 법칙’, ‘불행 총량의 법칙과 같이 모두에게 주어진 자원은 이미 공평하게 배분되었기 때문에 힘들 때 너무 좌절하지 말라는 의미로 말이죠.


 


실제 몇 연구에서는 이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습니다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쿠키-수학 실험이 대표적인 예인데요갓 구운 초콜릿 쿠키를 앞에 놔두고한 집단에게는 (맛있는쿠키가 아닌 (맛없는무를 먹으라 하고다른 한 집단에게는 그 쿠키를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먹으라 합니다그리고 곧이어 두 집단 모두에게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습니다어느 집단의 성적이 더 좋았을까요결과는 쿠키를 마음 놓고 먹은 집단의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그 이유로 연구자들은 집중력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맛있어 보이는 쿠키를 눈앞에 두고 쿠키가 아닌 무에 집중해야 했던 집단은집중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그저 쿠키를 맛있게 먹은 집단에 비해 이미 어느 정도의 집중력을 소모했으므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데에 사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 감소되었다는 논리입니다.*


 


참고로 Muraven, Tice, and Baumeister(1998)의 연구(“Self-control as a Limited Resource”)에서는 자기통제력의 고갈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우리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일반 사기업의 경우보통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상에 겸업금지’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근로자는 일을 해서 사용자로부터 임금(채권)을 받으므로근로계약 기간동안 성실하고 충실하게 근무할 성실·충실의무(채무)가 있기 때문에회사의 승인 없이는 본업 외 다른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조항입니다본업 외의 일을 하게 되면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한정된 자원은 분산될 것이며 이로써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결국 본업에서의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총량의 법칙’ 관점인 것이죠공무원은 더욱 엄격하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25)에서 법으로 겸엄을 금지하고 있고요.


 


그러나긱 경제(Gig economy)의 확산과 성장에 따라 N잡러가 부지기수인 이 시기에우리 구성원들만은 오로지 우리 회사를 위해 겸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제한하는 것은 과연 올바른 선택일까요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한 회사에 정규직으로 재직 중이면서 본업 외 부업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부업이 본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였는데부업을 통한 업무 경험이 오히려 본업의 업무 성과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물론 여기에도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어 집중력 분산으로 인한 성과 저하의 결과도 나타났지만중요한 것은 부업을 통해 오너십(ownership), 임파워먼트(impowerment), 자율성(autonomy) 등을 경험함으로써 몰입(engagement)과 감정(positive affect)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 것에 비하면 집중력 분산의 문제는 무시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입니다따라서 결국 부업은 본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므로연구의 제목과 같이 부업을 장려하는 것(do the hustle!)은 어쩌면 저성장 장기불황인 이 시대에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한 또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 Sessions, Nahrgang, Vaulont, Williams, & Bartels(2021). Do the hustle! Empowerment from side-hustles and its effects on full-time work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4(1), 235-264.


 


2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한 인기 유튜버가 과거 잘 다니던 금융회사를 그만둔 이유로유튜브를 시작한 후 회사 내에서 양자택일의 압박이 있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그러나 대한민국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따라서 회사의 겸업금지 조항은 근무시간 내로 한정됩니다판례에서도 근로자의 겸직은 근로자의 개인 능력에 따라 사생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기업질서나 노무제공에 지장이 없는 겸직까지 전면적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였습니다(서울행법 20017465, 2001.07.24. 판정). 다만 구성원이 본업 외의 활동으로 본업에 소홀했다든가(근무태만 등), 기업의 중요한 정보를 활용했다든가(보안 침해 등), 기업에 유·무형의 손해를 끼친 경우라면겸업금지 위반에 앞서 근로계약 위반에 해당하여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때문에 N잡러이거나 N잡러이기를 원하는 조직의 구성원은 스스로 본업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N잡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회사는 구성원의 부업활동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염두하고서 겸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명시함으로써 상호 권리와 의무를 다 할 수 있도록 인사내규의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팬데믹을 겪으며 언택트(untact) 기술의 빠른 확산과 플랫폼 경제의 눈부신 발전그리고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노동인구의 감소 등환경의 가파른 변화는 이미 MZ세대 5명 중 1명을 N잡러로 만들었습니다그리고 더 이상 장기 고용을 책임질 수 없는 회사는 이제 총량의 법칙’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겸업금지’ 전략을 세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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