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루이스 캐럴
오랜 세월 고립된 모리셔스 섬에서 평화롭게 살던 도도는 모리셔스가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된 후, 무자비한 남획과 외래종 유입으로 1662년에 멸종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잊혔던 도도는 1860년대 아화석이 대거 발견되면서 학자들의 열렬한 연구 대상이 되었고 인간에 의해 멸종된 최초의 동물로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도 박물관에서 도도의 그림과 표본을 보며 영감을 얻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찰스 럿위지 도지슨 Charles Lutwidge Dodgson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 강사였습니다. 뛰어난 시인이고 사진사이자 발명가이기도 했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학장인 헨리 리델의 딸들, 특히 막내 앨리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만들었던 이야기를 완성해 출판한 동화입니다.
루이스 캐럴이 즐겨 찾았던 옥스퍼드 대학교 자연사 박물관에는 네덜란드 화가 얀 사베리 Jan Savery (1589-1654)가 그린 도도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얀 사베리는 가장 유명한 도도 그림을 그린 롤랜트 사베리의 조카입니다. 이 그림이 루이스 캐럴의 유명한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도도 캐릭터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루이스는 어린 시절부터 평생 동안 말을 더듬는 언어 장애와 난독증으로 고생했습니다. 어릴 때 열병으로 한쪽 청각을 상실했고 17세에 앓은 백일해로 건강이 좋지 못했습니다. 극심한 편두통도 그를 괴롭혔지요. 14세에 들어간 학교에서는 섬세하고 내향적인 성격과 언어 장애 때문에 나이 많은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럭비에서의 생활은 어린 도지슨에게 개인적인 재앙이었습니다.
- SD Collingwood, 루이스 캐럴의 삶과 편지, 1967
루이스 캐럴이 언어 치료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어 장애에 대한 그의 곤혹스러운 심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제 문제에 대해 추가로 도움을 주실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impossible,” “them patience,” “the power,” “spake,”와 같은 조합에서 p의 어려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으려고 할 때, 제가 꽤 평정심을 느끼고 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저를 두들겨 패는 조합입니다.
- Cohen, 루이스 캐럴의 편지, 1979
성장기에 겪은 쓰라린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지요. 때로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과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루이스 캐럴이 그린 자화상을 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동시에 타고난 유머 감각이 엿보입니다.
루이스 캐럴은 재능 있고 유쾌한 청년이었지만, 어른들보다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더 편안하고 즐거워했습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말도 더듬지 않았지요. 어른의 세상에는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도도 캐릭터가 루이스 캐럴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말더듬 습관 때문에 자신의 이름 도지슨을 말할 때, 도도를 연상시키는 Do... Do... Dodgson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루이스 캐럴로서는 재미있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당시 널리 퍼져 있었던 도도에 대한 인식도 루이스 캐럴의 마음에 들었을 것 같습니다.
도도는 천적이 없는 고립된 섬에서 살았기 때문에 처음 마주친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온순하고 호기심이 많아 먼저 인간에게 다가갔지요.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쉽게 때려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가엾은 새들은 친구가 잡히면 도와주려고 우르르 몰려들어 떼죽음을 당하곤 했습니다. 초기에 그려진 도도는 체중과 골격의 균형이 잘 맞는 날씬한 모습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육중하고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도도는 돼지에게나 먹일 질기고 맛없는 고기였고 뚱뚱하고 느리고 멍청한 동물로 회자되었고 조롱 섞인 풍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도도에 대한 묘사와 평가에서 낯선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가 일상에서도 흔히 경험하는 것이지요. 따돌림의 요인이 되었던 루이스 캐럴의 언어 장애와 섬세한 성격 역시 다른 학생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하고 열등한 것으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총명하고 유머 넘치는 진짜 모습은 숨겨지고 말을 더듬는 아이로만 인식되고 말았지요. 아마도 도도처럼 멍청하고 볼품없는 존재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도도는 다릅니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문제적 상황에서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분명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뚱뚱하고 게으르고 멍청한 도도가 아닙니다. 삽화 속 도도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의 손을 갖고 있습니다. 인형탈을 뒤집어쓴 사람 같은 모습입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상한 경기를 마친 후 도도, 즉 루이스 캐럴이 전하는 말이 아름답습니다.
모두가 이겼고 모두가 상을 받아야 합니다.
루이스 캐럴의 이야기 속에서 도도는 품위 있고 현명하게 그려집니다. 언어 장애가 없는 텍스트의 세상에서 루이스 캐럴은 자유로울 수 있었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도도의 슬픈 운명에 깊이 공감했을 것이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 멸종된 도도를 이야기 속의 캐릭터로 끌어들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에, 사람들의 기억에 멋진 모습의 도도를 남겨 주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인간의 세상에 끌려와 고통받다 영원히 사라져 버린 가엾은 도도를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자료 출처
https://mathshistory.st-andrews.ac.uk/Biographies/Dodgson/
https://historycollection.com/10-controversial-facts-behind-the-real-alice-in-wonderland/
The dodo was Lewis Carroll, you see: Reflections and speculations, Joseph S.Attanasio
https://www.atlasobscura.com/articles/alice-oxford-and-the-do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