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홍 Nov 20. 2024

하루쯤,,,,

그래,

오늘은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뒹굴해 보자.

어떻게 매일 밝고 긍정적인 하루를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하겠어~ 안 그래?

하루쯤 괜찮아~


마침 뜨끈한 칼국수 국물이 떠오를 만큼 비도 알맞게 내려주고 제법 차가워진 11월 어느 날의 공기도 나를 침대 속으로 자꾸 끌어당긴다.


쉰 한해를 살아오면서 나의 의식들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었던 나이를 시작으로 치면 서른 해 정도,

그 안에 이토록 나른하게 기분 좋은 하루가 며칠이나 들어있을까?

다 못해,

제대로 쉬는 날이다 싶으면

대형서점이라도 들러야 하고, 책 한 줄이라도 읽어야 하루를 허비하지 않았구나 하며 위안을 삼은 날들이었다.


죄책감.

그저 나에게 주어진 휴식의 시간조차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나였다.

아니 어쩌면 그런 달콤한 시간이 내게는 사치스럽게 올리 없다는 무의식의 객관화였을지 모른다.


무언가 분주히 하지 않으면 공짜로 주어진 하루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언제가 이런 증상들이 무슨무슨 증후군이라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별게 다 병증이네라며 피식거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 스스로 어떤 강박증이 있었던 건 아닌가  나를 다시 돌아보게 다.


쉰한 해를 살다 보니 미리 비를 예보할 때가 가끔씩 있다.

다리로, 혹은 허리로... 어떤 날은 두통으로...

하지만 오늘은 예보 없이 비가 내린다. 몸 어디에서도 비 예보는 없었다.


하루쯤.

그래, 그래도 하루쯤은 폭신한 침대에서 하루종일 뒹굴 해보자.

간식 먹으면서 넷플릭스 영화도 실컷보고  우아하게 사이드 테이블에 아메리카노잔도 올려놔보자.


그리고,

저녁이 되면

김치전 부쳐서

게리무어의 걸쭉한 재즈 블루스를 들으며

그와 함께 소주 한잔도 나쁘지 않겠다.



* 사진출처 [Pinterest]



작가의 이전글 Pain (고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