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이타주의자>-윌리엄 맥어스킬, <알라딘 2019> -가이 리치-
한국은 경쟁사회였다.
제국주의 시대는 정해진 크기의 파이에서 누가 얼마나 가져가는지의 게임이었고,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을 거치면서 파이는 커져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기득권은 더 많은 파이의 부분을 가지기 위해 대중매체와 정치 로비를 통한 이기적인 계략들을 일삼아 왔다.
하지만 이제 게임의 판도가 바뀌고 있더라.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문명 '포노 사피엔스'의 출현으로 얍삽한 기업과 개인이 더 이상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물론 여전히 기회주의자들이 많은 부와 기득권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최고가 되지 못한다. 애덤 그랜트의 저서 <기브앤테이크>에서 기버, 테이커, 매처가 나오는데
성공의 사다리 정상엔 기버가 있고 다음에 테이커 그리고 매처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아래엔 또 기버가 있었다. "이대리, 사람은~ 좋아...."라고 묘사되는 이들. 전문용어로 '호구'라 부른다. 호구들은 직장에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연애에서도 버림받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유형의 모습을 추구하여야 할까?
책 <내정한 이타주의자>를 언급하기 전에 잠깐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자.
"따듯한 겨울"이라는 표현이 있다. 겨울은 손발이 아리도록 추운데 난방시스템이 없는 호주는 집안보다 밖에서 햇빛을 받으면 더 따듯하다. 그리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다가 푸르디푸른 하늘에 호주땅을 뒤집은 모형의 구름이 보인다. 그냥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듯한 겨울이다. 내게 주어진 삶과 자연이 너무 감사해서 :)
냉정한 이타주의. 책에서 영어로는 Effective Altruism으로 표현되는데, 한국에서 흔히 통용되는 표현은 "이기적 이타주의"라고 생각된다. 즉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려면 제대로 도와줘야만 한다는 뜻이다.
한 예로, 아프리카에선 아낙네들이 수동 급수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는데, 먼 거리를 걸어온 그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플레이펌프솔루션 (Play Pumps Solution)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놀이터에 원반 같은 놀이기구로 아이들이 돌리면서 놀이를 즐기면 그 동력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기능을 가진 획기전엔 기계로 보였다. 많은 돈과 후원이 빗빨쳤고 아프리카 많은 도시에 수천 대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관리 및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아이들은 기구에서 떨어져 다쳤으며, 아이들이 없을 때는 부녀자들이 직접 돌리느라 고통을 호소했다. 기존 수동 펌프에 비해 잔고장도 많았으며 물을 끌어올리는 효율도 1/5 밖에 되지 않았다.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현지인들의 상황을 악화시킨 후원금과 인력의 낭비가 된 사업이었다.
타인을 돕고싶은 열정과 자본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자선단체의 선정과 개개인이 봉사활동으로 타인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효율족인 방법들이 소개된다.
더불어, 세상을 변화시키고 영향력 있는 일(직업)을 하고 싶어 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어떻게 진로를 선택할지에 대해 현명한 조언도 곁들여져 있다. (자율성 / 완결성 / 다양성 / 평가 / 기여도 다섯 가지 요소로 심리학에서 직무특성이론으로 알려진 방법으로 조언을 준다.)
책은 선의와 열정에만 이끌려 무턱대고 실천하는 경솔한 이타주의의 불편한 진실과 효율적인 기부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냉정한 이타주의는 우리의 삶에서도 직접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이타적인 사람은 상대에게 '공감 Empathy' 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은 많은 경험과 대화에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제한적인 삶의 방식은 '책'이나 '영화'를 통해 경험치를 넓힐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실사판으로 개봉한 알라딘! 친구가 보고 싶다고 해서 갔는데, 눈물 한 바가지 쏟고 나왔다... 디즈니 만화의 교훈은 어릴 때 보이지 않다가 성인이 되어 보면 뼈를 때리는 교훈을 주더라!
이타주의 언급하다가 왠 알라딘이냐 하시면, 일단 공주 쟈스민이 아름답다!!! 많은 이들의 안구정화를 위해 얼마나 이타적인 행동인가! 한국 사람들도 참 이타적이라 거울 보면 이웃에게 미안한 걸 알기에 만나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나보다.
지니는 만년 동안 수많은 주인을 섬기며 3가지 소원을 들어줬는데, 당연하 누구도 지니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지만, 사뭇 다른 알라딘에게 애정을 느끼며 '친구'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길거리 좀도둑으로 살아온 알라딘은 타인의 고통이나 불행에 공감하는 능력이 있기에 지니를 만나고 마지막 3번째 소원에 자유를 약속하지만, 막상 알라딘이 많은 것을 얻게 되었을 때, 여느 탐욕스러운 인간과 마찬가지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 여기서 실사판의 진가가 나오는데,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는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신뢰를 잃어버림을 온몸으로 연기한다.
"이것들을 포기하느니 거짓의 삶을 살겠다고?"
"거짓으로 더 많은 것을 얻으면, 넌 더 적은 것을 가지게 돼!"
"난 만년을 살면서 한 번도 주인님을 친구라 부른적이 없어...."
"규칙을 어겨가며 너의 목숨을 살린 게 무엇을 위한 거였냐...."
"넌 내게 상처를 줬어.... 내 가슴이 찢어진다...."
이 대목에서 눈물이 흘렀다, 내가 신뢰를 저버린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도 실수할 내 모습을 상상하니 지니의 실망과 슬픔에 연민을 느꼈나 보다.
디즈니답게 마지막엔 정의가 승리하고 알라딘은 마지막 소원으로 지니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준다. 자신의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마무리하며-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은 온전한 이타주의 완성이라 생각한다. 네 이웃만 사랑하지 말고 스스로도 돌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고, 나를 사랑하듯 타인을 사랑함은 공감능력이 바탕이 된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되어야 실천 가능성이 높다! 요즘 대세인 졸꾸러기가 이기적 이타주의의 대명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번외-
나는 왜 타인을 이롭게 하는 삶을 추구하는가?
무엇보다도 이타적 행동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삶의 의미를 주며 활력소가 되더라.
나는 아직 가진 것도 아는 것도 많지 않지만 내 가족을, 내 친구를, 내 지인들을 제대로 돕고 행복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어떻게?"라고 질문을 던져본 결과, 지식과 지혜가 꼭 필요하더라. 카더라 통신이나 내가 해봤는데 말이야는 모든 개개인의 다양성에 절대 통용될 수 없는 주관적 경험이나 지식이기 때문에, 어설픈 도움은 모두에게 해가 된다 플레이펌프 처럼.
그리고 꼭 신뢰 가는 인간이 되자. 특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공감과 신뢰로 무장한 내가 되었을 때, 나는 진정한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