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2013 -나카무라 요시히로- ,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
호기심 많은 한 아이가 있다.
손에 잡히는 물건은 무엇이든 뜯어봐야 하고 시도해봐야 하는 아이.
욕을 많이 먹어서 밥도 필요 없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아이.
그 아이는 커서 사과 농사를 짓게 되고, 사랑하는 아내가 농약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보고 무농약 농법을 시도한다.
인류와 더불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사과.
옛날에는 오늘날 먹는 식용 과일이 아닌 술을 만들기 위해 재배되었다고 하는데,
현대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해준 농약과 비료 없이는 오늘날 우리가 먹는 크고 맛있는 과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여기 수천 년 역사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있었으니, 키무라 아키노리 (木村 秋則, 1947년생)
도전 첫해. 실패...
2년.. 실패...
3년...
4년....
5년.....
9년.........
나무는 병충해에 시달리고, 수입은 없고, 장인어른은 평생 모은 적금을 깨고, 이웃은 등을 돌리고, 친구는 떠나가고, 과수원의 반은 압류당하고, 세금 독촉에, 집은 전기도 안 들어오고, 차와 오토바이는 다 팔고, 딸은 친구에게 얻은 지우개도 3등분해 동생과 나눠 쓰는 생활.... 사랑하는 자식이 아플 때 병원비가 없는 상황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 아닐까 싶다... 환상을 보고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며 자살을 생각한다.....
하지만, 산에 자라는 나무에서 영감을 얻고, 과수원을 인위적으로 손질하지 않고 잡초와 벌레들이 자연의 조화를 이뤄가며 자라 가는 이치를 깨닫고 한 번 더 도전한 끝에, 썩지 않는 사과, 기적의 사과, 무농약 사과 재배에 성공한다!!!
영화 <기적의 사과 2013>는 그의 포기하지 않았던 고난의 길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게 하였을까?
삶의 고통과 시련을 견디게 해주는 그 무엇!
책 <빅터 프랭클의 의미를 향한 소리없는 절규>에서 프랭클 박사는 영화의 주인공 기무라 아키노리씨와 같은 말을 한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웃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p190
로고테라피(의미치료)의 창시자이자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경험한 프랭클 박사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화에서도 수감자들은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말이 30대 중반이 되면서 조금씩 이해가 간다.
기무라 상의 거듭된 실패와 눈물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내가 있었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인류를 위해 졸꾸 (졸라 꾸준히, 졸려도 꾸준히, 졸도할 정도로 꾸준히의 준말, 안젤라 더크워스의 책 Grit의 한국적 표현) 했던 그의 모습.
자살의 순간에 그가 로고테라피를 알진 못했지만, 그의 죽음을 미뤄준 삶의 의미!
언제 가스실로 보내질지 모르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의 절망과 고통,
9년간 실패와 가난, 멸시를 겪으며 농사에 매진한 절망과 고통,
그리고 당신이 겪고 있는 지금의 절망과 고통.....
무엇도 상대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하고 각자의 고통은 각자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도 크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지금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힘든 순간이라면,
주변에 아무도 당신의 고통에 귀 기울여 주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잠깐만 서서 이 영화와 이 책(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희망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시지 않을래요?
자리에 퍼질고 앉아서 술에 취하고 울고 불평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라도.....
내가 선택했던 과거의 기록으로 인해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만들어졌으니,
마냥 환경과 남 탓만 하지 말고, 스스로 기록한 과거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힘드시죠?
그래도 예전에 좋았던 순간들 있잖아요... 그 추억들 떠올리면 미소 지어지잖아요...
웃으면서 그 좋은 추억들 우리의 앞날에 더 많이 만들어 보지 않을래요?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 - 괴테-
"인간의 생존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프랭클-
-마무리하며-
사랑하는 딸과 아내에게 맛있는 사과를 맛보게 해주기 위해 포기 않았던 기무라 상,
수용소에서 벗어나 가족을 다시 만나고 의학 논문을 마무리 짓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프랭클 박사,
훗날 잇몸이 다 보일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을 위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혹은 이미 각자의 의미를 찾았다면,
끝까지 함께 졸꾸해보지 않을래요?!
-번외-
부모님은 안동에서 농사를 짓는다. 자두, 벼, 고추, 양파, 상추, 깻잎 등 많은 작물이 있는데, 농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농사가 얼마나 힘들고 수익성이 적지만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란 건 모를 것이다.
그런 부모님께 무농약 농법을 시도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가도, 앞으로 수년간 있을 수입 감소와 수고를 알기에 함부로 말할 수가 없다. 이미 농약과 화학비료에 길들여져 버린 세상의 식용작물들.... 농업혁명으로 인류는 잉여생산물을 누리는 축복을 받았지만, 동시에 농업혁명으로 각종 화학물질에 고통받는 저주도 받았다. 지구에 존재하는 동식물 중 유일하게 스스로를 파괴하는 있는 호모 사피엔스. 이젠 인류 혁명으로 모두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