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김훈- <유튜브 레볼루션>-로버트 킨슬-
우리는 왜 그토록 이순신을 존경하고 기억하는 것일까? 유튜브로 세상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이순신이랑 유튜브가 무슨 상관이지?
칼의 노래는 김훈 작가가 난중일기, 이충무공전서, 선조실록, 연려실기술, 장계, 유시, 교서, 행장 등을 읽고 창작한 소설이다. 하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마치 본인이 이순신 장군이 된 듯이 전개되는 글은 그가 얼마나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는지 느낄 수 있다. 자서전 같은 소설이랄까.
임진왜란 이후 남부 조선은 거의 무정부 상태였고 임금은 한국전쟁 때 도망간 누구처럼 북한에 의주까지 피난을 간다. 조정은 전쟁을 지휘하는 게 아니라 지방의 몇몇 장수들에게 맡겨놓고 잘린 머리통의 수로 보고나 받는 현실에서, 백성들의 삶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애통과 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을의 가축들은 이미 다 도살당했고, 개 한 마리 남지 않은 상황. 부모 잃은 아이들은 일본군의 말이 싼 똥 안에 아직 소화되지 않은 곡물을 주서 먹고, 명나라 군대가 술 먹고 토하면 그 토사물을 떠먹는 백성. 심지어는 인육을 먹는 상황도 있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정치싸움으로 투옥되고 고문을 받았음에도, 나라가 불러줄 때 다시 최전선으로 달려간다.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고 명나라 해군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받지만 오직 백성을 위해서 목숨을 다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싸운 충무공. 자신의 출세도 훗날 받을 정치적 압박도 모두 무시한 채 사람이 먼저인 인생을 살아가다 이제는 역사 속에 영원히 숨 쉬고 있는 그 사람. 그의 진정성에 우리는 기억하고 존경하고 감동한다.
유튜브를 가히 레볼루션(혁명)이라 명명하는 로버트 킨슬. 그는 HBO, 넷플릭스를 거쳐 유튜브의 콘텐츠, 마케팅, 크리에이터 운영 전반에 걸친 사업을 책임지는 CBO(Chief Businiess Officer)이다. 수십 년을 지탱해오던 음악/영상을 통째로 바꿔버린 빨간 버튼에 흰색 재성 버튼. 티브이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유튜브로 이어지는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진 그는, 자신의 성공담이 아닌 크리에이터 불리는 유튜버들이 어떻게 한 기업보다 자산가치가 있는 존재로 발돋움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뜨개질 하나로 한 마을의 경제를 회복시킨 제니 /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많은 이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타일러 / 긍정적 태도와 공동의 열정을 너드라는 이름으로 표출하고 세상의 너드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행크 / 가짜 뉴스 아닌 밀레니얼 세대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세상을 비판적 사고로 보도록 진짜 뉴스의 장을 마련한 셰인.
엄청난 자본력과 진보된 영상기술, 전문팀을 꾸려 전략적으로 성공을 이룬 채널이 아닌 진정성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탄 크리에이터들. 최재붕 교수의 책 <포노 사피엔스>에서 말하듯 데이터와 기술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현대사회에서, 결국 사람이 먼저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많은 분량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아시아에만 인지도가 높던 한국 문화를 세계에 각인시킨 강남스타일은 심지어는 내가 일하던 호주의 오지(쇼핑하려면 차로 6~8시간 가야 하는 시골)에 살던 원주민들 조차도 알고 있는 노래이다. 국뽕의 대명사라고나 할까.
16세기 조선의 이순신과 21세기 지구촌의 유튜브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없다.
그냥 이번 주에 읽은 두 권의 책이 칸의 노래와 유튜브 레볼루션이고,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진정성]은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타인에게 사랑받는 중요한 요소인 듯하다.
사람이 먼저다
어느 대선 주자가 내세운 너무도 당연하지만 모두가 실천하지는 않는 것. 어제도 내일도 우리는 이것을 기억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내 마음의 소리는 내 호두를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