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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ob Lee Dec 23. 2019

여행을 가야만 하는 우리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 여행하는 인간 - 문요한 - 

베스트셀러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우리는 왜 여행을 가려고 하는지 묻는다. 

(책이 좋아서라기 보단 제목이랑 작가의 인지도 그리고 책의 두께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된 케이스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함. 내 편협한 시선일 수도 있고.)


나는 왜 여행을 가려고 할까? 


새로움에 대한 설렘?

힘든 일상에서 벗어난 휴가?

상처 받은 삶에서의 치유?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노스탤지어?


의사 문요한씨의 책 <여행하는 인간>에선 여행의 이유/목적을 12가지(새로움, 휴식, 자유, 취향, 치유, 도전, 연결, 행복, 유연함, 각성, 노스탤지어, 전환) 시선으로 조명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1. 전환


이준익 감독, 박정민 주연의 영화 <변산>


무명 래퍼 학수는 알바로 삶을 연명하지만 자신의 열정이 담긴 랩에선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의 입원 소식에 고향으로 가게 되지만 자신의 흑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했던 학수. 고향은 누군가에겐 평안을 주는 추억의 장소이고 누군가에겐 거들떠 보기도 싫은 기억이 남은 장소가 될 수도 있다.  기억에서 잊고 싶은 시간과 공간. 하지만 고향이기 때문에 그는 깨달음을 얻는다. 


내 고향은 폐항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것 노을 밖에 없네


그가 학창 시절 만든 시 '폐향'은 그의 마음에 고향에 대한 심리적 묘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노을"이라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에 그는 고향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여행은 도전이 되고 삶의 전환점이 된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여행자의 등급을 언급하고 문요한 작가도 6단계로 여행자를 분류하는데, 낮은 등급의 여행자는 수동적이고 관찰하는 (사진 찍고 이동) 이들이고, 여행의 최고 단계는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와서 끝나는 여행이 아닌 배움과 깨달음을 삶에서 실천하고 자아를 발견해가는, 여행을 이어가는 삶으로의 여행이라고 말한다. 


등산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어차피 내려올 거 왜 힘들게 올라가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시선같이, 요즘은 세계 유명 관광지를 사진, 동영상,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는데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다녀오냐고 일부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3차원적으로 본다면 여행은 갔다 돌아오는 게 맞다. 하지만 4차원만 넘어가도 여행은 절대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 매 순간순간 다른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란 걸 낮은 등급의 여행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메타노이아 metanoia :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큰 마음의 변화"

늘 이곳을 부정하고 저곳을 꿈꾸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도망자가 아닌 능동적 변화를 가리키는 말. 

저장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불안하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지금 주어진 것에 절대 만족할 수 없는 제자리를 맴도는 삶의 여행을 하게 되지만,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가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라고 삶의 여정의 참된 길을 제시한다. 


내가 추구하는 좋은 여행 : 

다시 빡빡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일궈나가는 것.

익숙함에서 소중함을 깨닫는 것.

삶의 목표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닌 삶 자체를 사랑하는 것.

끝이 아닌 연속적인 삶의 여정으로의 여행.




많은 부분을 언급하고 싶지만 이 쯤 되면 사람들은 스크롤을 내리거나 다른 것을 클릭하기 때문에, 

2가지만 간단히 적자면...


2. 유연함 (불확실성에 대하여)


"삶은 과학보다 예술에 가깝다" 


존 키즈는 'negative capability'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불확실성, 신비, 회의 속에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즉 안티브레질을 말한다. 여행은 불확실성과 즉흥성이 있을 때 추억이 고취되는데 삶도 불운이 문을 두드릴 때 다분히 받아들이는 능력 (성숙한 방어기제)이 있을 때 여행(삶)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영어 단어 Travel의 어원은 Travail로 고행을 뜻한다. 즉 자발적 고생은 행복의 선물이 된다는 뜻이다. 

여행은 자유(불확실성)와 질서(계획)가 조화된 즉흥연주

    

여행(삶)의 문제(블랙스완)에 유연함으로 대처하고 해결사로 성장하자. 불평꾼과는 함께하지 마시라. 자칭 명저 <건투를 빈다>의 저자 김어준은 결혼상대를 제대로 알아보고 싶거든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라고 추천한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낯선 곳에서 뚜벅이를 해본이는 그의 충고가 얼마나 통찰력이 있는지 알 것이다. 



3. 노스탤지어 nostalgia


향수병(공간적)으로도 사용되던 단어. 스위스 의사 요하네스 호퍼가 nostos (귀환), algos (고통)를 합성하여 만든 어휘로 이제는 시간적 그리움도 내제하고 병이 아닌 치유, 회복의 의미를 가진다. 


"당신의 생에 아름다웠던 시간은 언제인가?" 


당장 대답이 떠오르는가? 시간을 주겠다 생각해보라.


...


그래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물질이 아닌 시간(추억)의 소유자. 그것이 노스탤지어다. 


30대 초반 삶의 큰 변화를 경험하고 '존재 위기'를 겪으며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 죽음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몇 날 며칠 아는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 

비행기 티켓을 끊고 돌아간 내 고향에선 부모님과 친구 그리고 내 추억은 내 눈물을 보듬어 주었고 나를 치유해 주었다. 


내겐 너무도 행복하고 미소 지어지는 추억이 있는 그곳, 그때. 노스탤지어. 

지금 이곳을 살아갈 힘이되는 주춧돌.





여행은 이렇게 우리에게 너무도 유익한 것이더라. 

가고 싶어서 시작할 때도 있지만, 

가야만 해서 떠나는 삶의 연속점. 


"여행"


어디를 가는지, 얼마 동안 가는 중요치 않다. 

누구와 가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가 중요할 뿐. 



다음엔 어디로 떠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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