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 상태를 알고 난 2021년 3월. 이 시기 나는 업무 외에도 강의, 외부 모임, 온라인 자기 계발까지 하루하루를 아주 열정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출근 전에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영어공부, 독서를 하고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고 또 자기 계발을 하고... 코로나 시대에 멈춰 있는 일상 대신 지금이 미래의 나를 위한 투자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업무에 있어서도 온 에너지를 쏟아서 일하는 성격이다 보니, 나 스스로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는 마무리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막상 내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 바쁜 일상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라는 허무함이 온몸을 감싸고돌았다. 한편으로는 ‘나 이제 쉬어도 되는 이유가 생긴 것 같아.’라며 마음이 다소 가벼워지는 기분도 들었다.
처음 내 건강상태를 알고 난 바로 첫 주는 그야말로 멘붕이었고, 두 번째 주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몸이 제일 먼저니까 그래, 직장을 그만두자!’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지만 쉽사리 결정하기는 어려웠다. 내 몸을 챙겨야지 하다가도 당장 코앞에 닥친 급한 업무들을 처리하다 보니 금방 하루 이틀, 일주일...... 그리고 한 달이 흘러버렸다.
나는 어느 N잡러의 말처럼 새벽을 알차게 보내고 피곤한 몸 상태로 출근하는 그 느낌을 즐겼다. 하지만 내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회사에서 피곤하기 일쑤였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나를 더 이상 혹사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 최상의 수면 시간인 7~8시간의 수면을 다시 유지하기로 했다. 자기 계발 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은 물론 있지만 대신 행복지수는 급격히 올라갔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사에 출근하니 업무를 할 때도 더 수월했다. 집중력이 올라가니 일처리도 전 보다 빨라졌다.
평소 업무를 일임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던 것도 과감하게 나누기 시작했다. 내 생활 패턴 안에서 최선을 다해 내 몸을 중요하게 대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알람 어플을 잘 활용한다. 처음에는 꾸준히 먹어야 할 영양제가 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잊어버리기 일쑤여서 시작하게 된 습관이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처방 지어준 약이나 주사를 맞아야 할 때, 시간을 잘 지켜야 하기 때문에 알람을 꼭 설정해 둔다. 특히 시험관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정확한 시간과 분까지 설정해 주신다. 배란 억제 주사인 세트로타이드는 난자 채취 시술 시간 정확히 36시간 전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 엄수가 필수다. 마치 스케줄러에 일정을 미리 적어 놓듯이 내가 알람을 받을 수 있도록 저장을 해 둔다고 생각하면 좋다.
소위 시간 관리는 열정이 넘치고 하루를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내 몸의 휴식을 위해서는 조금은 내려놓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정해진 루틴 안에서 내 몸을 쉬어주게 하는 것이 더 건강한 관리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빈 시간을 채우려고 하는 성격 탓에 바쁘게 하루를 마감해야지만 뿌듯했던 나였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케어 가능한 선에서의 바쁨 또는 스케줄로 나에게 적당한 원동력을 만들어 주는 법을 배웠다. 일명 ‘나를 채우는 시간 관리법’이다.
<나를 채우는 시간 관리법 5가지>
1. 적당한 나의 수면 시간을 찾아 충분한 수면 루틴을 만든다. 나의 경우에는 7~8시간 수면을 했을 때 다음 날 활동하기 좋았다.
2. 아침에 일어나서는 후다닥 움직이는 시간보다는 요가나 따뜻한 차로 내 몸을 풀어준다. 출근 전 시간이 부족할 때는 잠깐 5~10분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시간을 가진다. 난임인 경우에는 자궁에 혈액 순환이 잘 될 수 있는 자세를 취해주면 좋다고 한다. (‘엄마가 되는 길의 조금은 쉬운 방법’글의 세부 내용 참고)
3. 회사에 출근해서는 업무 전 오늘 꼭 해야 하는 일 2~3가지를 적고, 일임해야 하는 업무를 적어본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기보다는 중요한 업무 위주로 우선 처리한다.
4. 퇴근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시간을 만든다. 나는 혼자 방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시간이 내 힐링타임이다. 잠이 솔솔 오는 따뜻한 티를 마시며 릴랙스 하는 시간을 가진다.
5. 주말 아침에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오후에는 기본적인 걷기라도 가능한 활동을 한다. 가까운 곳이라도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난임 전문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30분 이상 걷는 것을 추천하셨다.) 나는 거리를 걷고 구경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삼청동, 서촌, 익선동 같은 걷기에 기분 좋은 곳을 많이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