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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화 May 14. 2019

온기

부산 광안리



처음 오는 동네에서 향수를 느낀다. 내 피부가 이 동네의 온도를 기억한다. 책방을 찾아 바닷가 마을의 골목골목을 걷는다. 1월인데도 차갑지 않고 상쾌한 바닷바람이 골목을 굽이돌아 나를 스쳐 지나간다. 따뜻하게 내리쬐는 노란빛의 햇살은 내게 여름의 여유로움을 상기시킨다. 매해 여름을 만나지만 겨울이 오면 이내 여름의 에너지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여름은 낯선 익숙함이다. 아주 오랜만에 여름의 온기가 기억나서 이번 겨울 동안 추위에 경직되어 있었던 어깨의 긴장을 풀어본다. 햇살 아래 빛이 바랜 옛날 동네는 때 묻지 않은 정직함을 지니고 있다. 골목을 돌면 초등학교 입학식 이후에 체육복과 실내화를 샀던 문방구가 나오고 동네 이발소 앞엔 이발소 주인아저씨의 개가 해를 받으며 낮잠을 자고 있을 것 같아. 영화의 장면, 잡지에서 본 사진, 부모님께 들은 어릴 적 이야기, 여기저기서 남들의 추억 조각을 모아 붙여 아련한 옛날 동네를 만들었다.



동네의 끝에 도착하면 빌라 사이로 잘려서 보이던 바다가 온전히 보인다. 흰색과 하늘색으로 가득한 인상주의 그림이 펼쳐진다. 웃음을 머금고 잠깐을 그대로 멈춰있는다.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하늘과 흰이 이토록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줄이야. 밤바다만 내내 찾았던 내가 우스워진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바다와 청량하고 쨍한 하늘을 보니 얇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해변가를 산책하는 개들이 신나게 두 앞발로 모래를 파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2019.1.31 부산 여행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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