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마흔
본의 아니게 다음 달 이사 가게 되었다.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기분.
거기는 맛나고 값싼 반찬집이 있을까? 뛰쳐나가면 바로 옷 수선, 옷 세탁할 곳은 있을지.
신랑이 서울 쪽 근무지로 신청하게 되어서 서울로 이사 가게 되었다. 복잡한 일들이 있어서 서울에서도 8달 뒤에 근처로 한번 더 이사를 해야 한다. 회사에서 첫 이사비용은 다행히 지불해주고 무이자 대출금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 데리고 이사할 생각을 하니 답답하긴 하다. 아기 낳고 백일 되자마자 이사라니!!! 몸과 마음을 옮기는 것 같다.포장이사를 한 다음 어떻게 짐을 풀어줄지는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잘해주면 고맙지만 또 어느 정도 정리가 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20대 처절하게 꿈꿔왔던 상경을 하여 수년간 일산에 살다가 30대에는 다시 천안, 대전으로 내려와 살았다. 결혼하고 살고 있는 이 동네는(대전 둔산동)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편리한 교통, 대전역까지 바로 가는 버스도 있었고 걸어서 10분 거리에 내가 이용하는 것들이 많았다. 대형마트, 마음의 안식처인 성당, 참새방앗간 같은 스타벅스, 임신기간뿐만 아니라 걷는데 편리한 공원들 모두 불편함 없이 즐기던 곳이었다. 이사 가는 곳은 당장 먹을거리 살 수 있는 맛 나고 값싼 반찬집은 있을까? 옷 수선, 옷 세탁도 언제든지 맡길 수 있을 수 있을까?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두려움과 미지수가 가득하다.
하지만 이사 갈 때 미련 없이 안 쓰던 물건들도 버릴 수 있다. 즉 틈틈이 버리고 비우는 일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서 좋다. 또 정리하면서 아이들 장난감과 옷도 점검할 수 있다. 집 가까이 더 좋은 반찬가게가 있을 수도 있고 가고 싶었던 문화공간들을 직접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배우고 싶었던 공부들도 만나면서 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분들도 직접 볼 수 있다. 친했었던 언니들과 친구들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리고 새로운 인연들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강공원도 가까워서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도 있고 시댁 식구들이 가까워지면서 여러모로 도움도 받고 배울 수 도 있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에 다시 시작하는 삶이라 적응하는데 힘든 일도 있겠지만 익숙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터전에서 나의 가정을 일궈나가면서 한 걸음 용기 내어 본다면 많은 일들을 맞이하고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