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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Nov 12. 2020

산세베리아 하나쯤은 키워볼 수 있는 여유

아무튼 마흔

출처:pixabay

 집안에 식물 하나 키우기는 마련이다. 화초를 키우게 되면 실내 공기 정화, 가습효과, 보는 것만으로 심신 효과 등 여러 가지 이점들이 있다. 다만 벌레가 꼬이면 화분 교체, 살충제 뿌리기 등 번거로운 일들도 생기긴 한다.


 나는 결혼하고 나서 산세베리아만 키우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식물들 중에서 가장 키우기 쉬운 것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식물 의미는 장모님 혓바닥같이 생겼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초록 잎이 굵게 몇 가닥인 모양이지만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물은 한 달에 한두 번만 주어도 되고 분갈이도 아주 커져야만 하면 된다. 봄, 가을은 물론이고 여름에도 완전 땡볕만 아니면 실내, 실외에서도 키우기 그만이다. 겨울에만 실외에 키우고 있었다면 실내로 옮겨오면 그만이다.


출처:pixabay


이렇게 키우기 쉬운 식물을 나는 몇 개째 말려 죽이고 있다. 화분 2개에서 4개 정도를 한꺼번에 키우고 있는데 거의 말라죽거나 비틀어 죽기 일쑤다. 너무 실내 음지에만 놔두어서 햇빛을 보지 못했거나 물을 전혀 못 먹다가 갑자기 많이 먹어 배탈이 났는지 시들시들하다 죽어버리기도 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4개 중 2개는 미안하게도 베란다에 방치하고 2개만 실내에 놔두며 물을 가끔 준다. 여전히 햇볕을 쬐어주지도 않은 채 말이다. 죽은 산세비에리아를 들고 가서 또 산세비에리아를 사고 싶다는 말을 듣는 꽃집 사장님도 내가 갈 때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물을 가자마자 흠뻑 주고 20일에 한 번씩 물 주면서 햇빛도 쐬어주라는 말이 그렇게 내게는 어려웠나 보다. 몇 개의 산세베리아가 죽은 다음 내린 결론은 무관심이라는 것이다.



4년 동안 20개월 임신하고 육아를 3년 넘게 했다는 이유로 나의 무관심은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 갑자기 곰팡이가 피어오른 샤워 커튼, 아기들의 울음, 눈이 나쁘고 키가 작으신 친정엄마의 물건 늘어뜨리기, 구석 처박힌 한 짝 아기 양말 등등. 스트레스를 핑계로 먼지가 쌓여가는 공간들. 집안에서 스쳐지나치는 가족들. 그리고 자주 쓰지 않는 물건들은 두 돌 지난 아기가 흩어 놓았다는 이유로 없어져도 그러려니 하고 치부해버렸다.


출처:unsplash

물건 개수를 줄여서라도 정말 필요한 것들과 중요한 것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삶에서 필요하다. 내 주위 사람, 매일 쓰는 물건과 가끔 쓰는 물건, 그리고 집안 곳곳의 공간들까지도 말이다. 나의 무관심으로 죽어간 산세베리아들에게 참 미안했다. 그레서 오늘은 좀 무겁지만 화분에 물을 주면서 따뜻한 햇볕에 산세베리아 화분 2개를 베란다에 놔두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맑은 공기와 활력을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이 산세베리아들에게는 적당한 햇볕과 물을 공급해 주면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사랑스럽게 바라보아야겠다.  주위를 둘러싸인 것들에게 관심을 좀 더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삶에서 중요하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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