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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작가 Dec 07. 2020

어쩌다 만난 나의 소울푸드

말캉말캉한 일상

출처:unsplash

사람들은 저마다 소울푸드가 있다.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잊게 만드는 에그타르트가 될 수도 있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따뜻한 김치 고등어찜이 속상한 하루를 풀어주는 그런 음식들 말이다. 나도 얼마 전 소울푸드를 만났다.


새벽 3시 눈이 떠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유축을 한다. 잠든 아기 깨우는 것보다 밤새 찬 모유를 빼내어 입에 물리는 게 서로 좋은 것 같다. 첫째 때 어쩔 수 없이 혼합수유를 한 터라 둘째 아기에게는 전모(전체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다. 학교 수업도 적어져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둘째 역시 혼합수유를 하고 있다. 첫째 아이보다 모유를 많이 먹인다는 만족감만 가질 뿐이다. 특히 50일 때쯤 분유를 더 좋아한다고 느꼈을 찰나에 8개월 전 출산한 친구에게 sos를 청했다. 전모 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던 것이다.   

 

 친구가 말했다. “살 뺄 생각하지 말고 골고루 많이 먹어. 특히 국물을 수시로 많이 마셔. 나는 미역국이랑 곰탕도 먹고 특히 돼지 족탕이 모유양 늘리는데 좋은 거 같아” 이 말을 듣고 나서 내 머릿속에는 ‘돼지 족탕’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돼지 족발은 들어봤어도 이건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말이다. 어디서 구해야 하며 가격은 비싸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친정어머니가 집 앞 정육점에 들르는 김에 주문하셨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가격도 얼마 되지 않았다.    


며칠 후 나의 어머니께서 검은색 봉지에 돼지족발 조각 한가득을 사들고 오셨다. 그리고 끓는 물에 오래오래 끓이셨다. 처음 먹어본 순간 맛은 곰탕인데 고기는 흐느적거리는 족발이었다. 약간의 소금을 섞으면 비린내가 사라지고 따끈하고 짭짤한 맛의 족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아침에는 밥이랑 함께 먹고 저녁에는 밥 대신 족탕만 먹었다. 아기도 그런대로 젖을 맛있게 잘 먹는 거 같았다. 하지만 아기 자신도 쉽게 분유를 끊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나의 모유 또한 엄청난 양으로 불어나지는 않았다. 6개월은 모유수유를 사수하기로 계획했던 나는 돼지 족탕과 함께 남은 시기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고기 부위들에 비해 지방도 적고 콜라겐도 가득하며 칼슘도 많이 들어있다고도 한다.    


출처:unsplaash

어느 날  늘 얻어먹던 족탕이 끝날 무렵 어머니가 주말에 동생집을 가셨다. 돼지 족발들만 남긴 채 말이다. 그래서 큰 맘먹고 직접 요리해보기로 했다. 우선 큰 솥과 작은 솥을 준비했다. 두 냄비 모두 물이 끓도록 한 다음 작은 솥에 먼저 월계수 잎과 돼지 족발 반을 넣어 삶는다.  핏물과 찌꺼기들을 제거하면 된다. 그리고 큰 냄비로 옮긴다. 나머지 족발까지 작은 냄비에다 끓여서 큰 냄비에 넣고 겉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만 제거하면 끝난다. 큰 냄비에 오래 끓일수록 흐물흐물 해지고 적게 끓일수록 말랑말랑 한 족발을 구수한 족탕과 함께 먹을 수 있다. 따뜻한 족탕 한 그릇은 추워지는 날씨에 몸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신랑이 “당신이 제일 잘하는 요리 콘셉트를 족탕으로 하자”며 나의 족탕 앞에서 이렇게 인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서울로 이사가면 생족발만 구하기만 하면 이 집 저 집 나눠먹게 생겼다.   

 

내 인생 40 가까이 살아오면서 직접 맛있게 요리하며 즐길 수 있는 음식을 만나게 되어 참 흐뭇하다. 첫째 임신을 하면서 손 놓았던 음식 준비를 이 계기로 서서히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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