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마흔
마흔이 되면서 나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별거 아니지만 별거가 되는 이 세상 속에서 말이다. 20대까지만 해도 뒤끝 없는 것이 좋다 해서 기분 나쁜 일들이 있을 때에는 솔직하게 종종 말을 했었다. 하지만 나만 내뱉고 나면 끝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30대에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다른 누구에게도 기분 상하게 하는 말은 거의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얼마 전 북극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한파가 며칠 동안 지속되었다. 그럴 때일수록 택배 하시는 분들이나 배달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도 직장이고 사업이라 그런 날일수록 힘은 들지만 매출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나 하나라도 그런 날에는 배달 음식을 적게 시켜먹는다거나 급하지 않는 택배를 미룬다거나 이런 것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전 이사 오면서 오래된 집이라 세스*를 달게 되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께서 “매달 내는 금액 좀 깎아달라고 그래”라고 강조하셨다.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분들도 엄연히 월급 받고 일하고 돈이 모아져야 또 월급 받는데 특히 정찰된 가격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운영되지 않겠냐 우리도 올바른 지급을 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웃기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돈 얼마 깎는다고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지만 그런 돈들이 새어나가면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정당한 가격을 주고받으며 서로 간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서비스를 받는 것은 세상의 중요한 이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질서와 또 다른 배려라고 생각한다.
박찬욱(대우 세계 사무총장) 주례를 설 때면 반드시 이 대목을 넣는다고 한다. "전혀 다른 두 집안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니 시부모님 혹은 장인·장모님의 말들은 모두 취미생활로 이해하라. 추가 용돈을 안 드려도 되는 경제적인 취미생활이다. 남은 여생에 잔소리하시는 취미생활 하나 못 맞춰드리느냐. “ 이 또한 꼰대에 대해 배려하라고 이쁘게 표현한 것 같다.
타인에 대해서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관대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꾸고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배민아 교수가 뼈나 가시 주변의 살이 더 차지고 식감이 좋듯 모든 것에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하니 뼈가 있는 말과 가시 돋친 말의 속내를 잘 바를 줄 안다면 그것은 상처가 안 된다고 한다. 그런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올해도 책도 많이 읽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