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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꿀 Dec 12. 2018

15. 우리 회사 해외 워크숍

브루나이에 다녀왔다. 

2018년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3박 4일 동안 브루나이에서 우리 회사의 해외워크숍 일정이 있었다. 브루나이라고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 간다고 했다. 알고보니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의 친척쯤 되는 나라라고 했고,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석유가 많이 나서, 엄청난 부자 국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7성 호텔이 있고, 거기에서 투숙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외라고 제대로 나갔다 온 적은 일본 오사카에 2박3일이 다였던 나였기에, 이름도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나라였지만, 7성 호텔이 있다는 이야기에 그냥 저냥 엄청나게 들뜨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출발하기 이틀전까지 업무가 좀 있는 편이었고, 정신차려보니 날짜가 다가와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좀 서러웠는지 눈물이 좀 났다. 부르나이의 7성 호텔 엠파이어 호텔 부르나이는 멋졌다. 호텔 조식은 겁나 맛있는 정돈 아니었지만, 멋진 경치와 깔끔한 서비스가 인상적이었다. 객실도 좋았다. 에어컨도 잘 나왔고, 분위기도 좋았다. 침대도 푹신하고 편했다. 물놀이 갔다와서 젖은 수영복을 세면대 근처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룸메이트였던 과장님이 화장실에서 넘어지지 않았겠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으셨고, 호텔에서의 경험은 전체적으로 좋았다. 브루나이 국왕의 이야기,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할 사원들과 궁전들 다 멋졌다. 굳이 그렇게 금으로 하지 않아도 멋진 건축물들을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멋졌다. 그랬는데도, 돌아오는 비행기가 서서히 출발을 하려고하자 눈물이 좀 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돌아가는게 너무나 기뻤다. 


해외 워크숍의 주인공은 우리 회사의 사장님이었다. 내가 사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왜 다들 그렇게 브루나이를 즐기는 것 보다도 그렇게 사장님을 챙기느라 바빴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보였고, 같이 있을 만한 사람들, 피하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의도와 생각이 엉켰다. 그 수많은 인간관계들, 흔히 '사회 생활'이라고 불리곤 하는 그런 모습들을 브루나이까지 가서 꽤나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회사를 오래다닌 동료분의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지금 이 회사의 배경과 현 위치를 좀 알 수 있었고, 어쩌다 이런 분위기를 갖게되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해를 한다고 해서, 이런 싸늘해지는... 어쩌면 아주 가벼운 수준의 아부 같은 것들부터, 수많은 눈치싸움들을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었다.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마다 다를 것이고, 많은 회사들이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참담했다. SNS 상에서 좋다는, 다른 회사들과는 다른 환경을 키우고 유지하려는 회사들의 노력담들이 떠올랐다. 어떤 회사들을 다니며 자기들이 겪고 배운 것들을 바로바로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떠올랐다. 그런 회사도 있었는데... 나는 지금 그렇지 않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학생 시절, 공부를 하며 내가 꿈꾸던, 가고싶은 직장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이 정도 회사를 다니려고 나는 여러 노력을 했을까. 지방대 디자인학과 학생이었지만, 꿈은 컸고, 또 많았다. 많이 시도했고 그 만큼 실패했다. 거기에 굴하지 않고 더 시도해서 배운 것, 이룬 것들이 그래도 조금씩 생겨났다. 그런 것들을 스펙삼아 이 회사에 들어왔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좋은 회사일 것이라고 나는 막연히 짐작했던 듯 하다. 그래서 이런 현실이 당황스러웠는지도 모른다. 


편도 5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리무진 버스를 타서 나 홀로 있는 상황이 되자마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3박 4일 동안 보고 겪으면서 묵혀놓은 체증을 좀 풀어놓고 싶었다. 다 얘기하고나니 좀 시원했다. 머릿속으로 이 회사를 얼마나 더 다녀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 계산을 했다. 최소 다음 해외 워크숍 전에는 때려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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