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단순히 커피를 많이 마신 탓이다. 카페인. 이미 운동으로 몸은 피로함을 느낄 텐데 정말 잠이 안 온다. 말똥말똥. 날 기다리는 것은 곧 밝아오는 아침과 출근뿐인데.
침대에 누워서, 잠깐 앉아서, 방을 서성이면서 불면을 달래 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ASMR도 틀어보았지만 그 기분 좋은 소름은 일어나지도 않는다. 단순 카페인의 작용이라기보다... 이쯤 되면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져서 절대 잠이 안 온다. 아무리 회상하고, 입안에는 그때 했어야 하는 말들이 맴돌아도, 그때 그 순간이 지금으로 되돌아오진 않는다. 수많은 선택들. 그리고 분명했던 실수들. 가끔가다 즐거웠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그때 내가 했던 말들이나 행동들. 아 그때 나 좀 멋있지 않았을까. 이런 무리수 같은 생각들.
전에 말한 우울과는 또 다른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 불면증도 새벽 3시를 넘어서면 자려고 하는 노력을 포기하고 그저 고요한 밤을 즐기게 된다. 아까 침대에 누웠다가 창문으로 본 달이 커다랬다. 다 포기하고 켠 노트북 화면의 백라이트가 아니었다면 저 휘영청한 달빛이 내방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겠지. 놀랍게도 잠을 포기하고 차분히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니 그토록 원하던 멍함과 차분함이 몰려온다. 이 정도면 잘 수 있을까. 물론 이 정도의 졸음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자려고 누워봤자 또 잠이 안 올 것을 안다. 그냥 계속하던 짓을 하는 것이 낫지.
왜 이렇게 잠이 안 오는 걸까.
원인을 되돌아보자면... 일단 가장 확실했던 스타벅스 커피 두 잔이 있고... 잠을 떨치게 했을만한 기분 좋은 흥분이 오늘 있었는가 되돌아본다. 아, 오늘은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공연 티켓 오픈이 있었다. 상당히 여유롭게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퇴근길에는 가까운 친척에게 디자인 외주를 하나 받았다. 내심 꼭 잘됐으면 하는 사업이라, 디자인 비용을 받지 않을 생각까지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다른 날들처럼 늘어지진 않았네. 충분히 잠 기운을 떨쳐낼 만한 하루였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을 견딘다는 것은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으려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하는 셈이리라. 이미 페이스북에 쓸데없는 포스트를 하나 올렸고, 이렇게 브런치에 큰 의미 없는 글을 쓰고 있으니, 진작에 글러먹은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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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플랫폼을 너무 지나치게 사적인 이야기들로 채우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야 할 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