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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꿀 Jun 07. 2018

디자이너의 순간 #7 : 개인 시간

오롯이 나 혼자서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 

회사에서 퇴근하는 시간은 여섯 시 반. 회사가 영등포인지라, 1호선을 타고 우리 집 근처 역인 병점역까지 오면 급행이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거기서 또 시내버스로 갈아타서 10분 정도 이동하면 우리 집에 도착. 편도 1시간 20~30분 정도를 매일 두 차례씩 소비한다. 집에 오면 결국 여덟 시 반이다. 


퇴근시간은 어쩔 수 없더라도, 이동하며 길에 버리는 시간들 정말 무시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뭔가 해보려고 책도 들고 다니고 읽어보기도 하고 해보지만, 지하철에서 책 읽기가 쉽지가 않다. 출근길에는 좌석에 앉기가 쉬울 때가 많지만, 퇴근길은 반대로 앉아가기가 정말 어렵다. 물론 책 안 읽고 스마트폰 하는 나의 박약한 의지 또한 고려하였을 때는 정말...


직장인이 되니, 어떻게든 나 개인의 시간을 유지하고 잘 보내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버렸다. 


집에서 옷을 벗고 씻을 것 다 씻고... 다이어트 중이니 간단한 샐러드나, 삶은 달걀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면, 아홉 시. 그때부터 정말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밀린 뉴스를 보거나, 페이스북을 보거나... 페이스북을 보거나... 페이스북을 본다. 어쩔 수 없는 sns 중독이다. 그 와중에 음악도 듣고, 가족들과 과일을 먹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떠들고 웃거나 싸운다. 여느 평범한 집안 풍경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런 시간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많이 느끼고 있다. 워크 + 라이프 = 밸런스. 워라밸을 직장인이 되어서야 몸소 느끼고 있다는 뜻일 테다. 대학 다닐 적엔 공강도 좀 많은 편이었고(시간표를 항상 잘 짜는 편이었다) 어쩌다 휴강도 생겼었으니... 오히려 중고등학교 다닐 적의 느낌을 요새 들어 많이 느끼는 편이다. 정해진 시간까지 출근(출석) 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마친다(종례). 항상 토요일, 일요일에만 쉬고, 공휴일이 주말과 잘 연결되어있으면 땡큐다. 


학교 다니던 학생 시절부터 하던 생각을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365일을 12개월로 나누고 거기서 또 약 4주씩 나눠서 진행되는 한해 달력. 7일 중에 2일을 쉰다. 휴일을 제외한 평일 때는 24시간 중 대충 6-8시간을 자고 그것을 제외한 16-18시간을 깨어 있는데 그중에 점심시간을 한 시간 뺀 8시간을 공부하거나 노동한다. 


물론 야간 자율학습이나, 야근이 없을 때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


내가 정말로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가 일하는 시간이나 자는 시간, 쉬는 주기 등이 정말 우리 인간의 삶에서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신용카드의 가로/세로 비는 우리 손을 자주 거치면서 이상적인 황금비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지만... 우리의 삶의 방식 또한 그럴까 싶은 것이다. 역사의 흐름이 항상 옳은 쪽으로 흘러가진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에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사피엔스라는 책을 보고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다음에 다른 글에서 한번 더 다룰 수 있다면 다뤄보겠다. ) 그 옛날 먹고 싸고 살고 죽고 전쟁하고 지배당하다 보니 어쩌다 어떤 관습이 인류의 습관처럼 정착된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나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즈음 근로 시간 단축과 같은 정치적 사안을 보더라도 그렇고, 이미 해외의 다른 여러 나라들도 '일'을 대하는 자세나 그것을 하는 시간에 대한 재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멀리 갔지만, 다시 돌아와서 나의 경우를 들여다본다. 주 7일에 이틀을 쉰다. 그것을 제외한 평일이 5일인데, 하루 24시간 중 내가 집에 돌아와서 가지는 개인 정비, 즉 여가 시간은 내가 12시에 잔다고 치면 보통 3시간에서 3시간 반이다. 



이런 시벌탱...(...)


이러다 보니 다시 고민을 하는 부분은 내가 길에서 버리는 이동 시간이다. 어떻게든 편하게, 유익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 지하철에 끼여 하루 왕복 3시간씩 버려대고 있으니... 허탈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놀고 싶다. 진심을 다해 1분이라도 더 놀고 싶다. 어떻게든 효율적인 삶을 살고 싶은 게 아닐까 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푹 쉬는 행위를 그만두고 싶다.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나를 위한 휴식이 나는 지금 많이 그리운 듯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진정한 휴식에 대해서 또 꼬리를 물고 나갈 것 같다. 너무 길어지면 재미도 없고 머리 아프니 그만 생각해야겠다. 


어떻게 해야 덜 일하고 더 많이 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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