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말이 없으므로
우리는 누구나, 선의가 예상치 못한 오해로 돌아오는 순간을 겪는다.
자주 보는 가까운 사이라면 전후 사정을 말하고 오해를 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관계가 맥없이 끊어져 버리기도 한다.
그런 일을 겪은 날, 나는 상대방에게 화를 내는 대신 사랑한다고 말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 용서해 주겠다고. 아니나 다를까, "사랑해"라고 돌아온 말 한마디에 딱딱하게 굳어가던 마음이 스르르 무너졌다.
그때 문득, 신도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와 온 세상을 움직이는 한계 없고 실재하는 힘이자, 우리 내면에 이미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쉽게 자각하기 힘들고 우주와 조화롭게 사용하기 어려울 뿐.
우리가 감성과 이성 사이를 오가듯 그 또한 인격적이기도 하고 비인격적이기도 하리라. 하지만 우리와 달리 말이 없으니(또는 우리가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듣지 못하기에) 늘 많은 오해를 받는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환경을, 신을 원망하기란 얼마나 쉬운지!
사랑하는 인간들이 그를 오해하더라도, 그 또한 누군가가 사랑을 고백한다면 얼마든지 용서해주지 않을까. 곁에 있는 사람을 9년째 조금씩 더 사랑해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도 서로를 고요하게 받아들이며 지낸다는 건, 다른 증명이 없어도 충분히 귀한 관계다.
신과도 그렇게 자주 만나고 싶다. 명상 시간 외의 일상에서도 그를 생각하고 만나며 함께 걷는 시간이 늘어간다. 지금 이 순간, 그저 "있음"을 통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긴 명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아직은 쉬는 날 평균 3-4시간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신의 입장에서 보면, 나 역시
데이트 한 번 하기 어려운 반려인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올해가 지나기 전, 하루쯤은 온종일 시계를 보지 않아도 좋을 신과의 데이트를 기대한다. 오해나 설명도, 다가갈 말도 필요 없이 그저 나란히 머무는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