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완화의료
안녕하세요 저는 KBS <거리의 만찬>을 제작하고 있는 이승문 피디입니다.
<거리의 만찬>은 지난 해 ‘간병살인’을 시작으로 “삶의 조건 3부작”을 기획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주와 이번주에 연속으로 ‘소아완화의료’를 주제로 방송을 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죽을 곳이 없어요.”
ep.8,9 내일도 행복할 거야 1,2
방송일 : 2019년 1월 4일, 11일(금) 밤 10시, KBS1TV
2015년 성장다큐멘터리 <5월, 아이들>을 준비하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김민선 전문의를 만났을 때 교수님이 처음 저에게 해준 말이었습니다. 어른들에게도 ‘호스피스’라는 개념이 아직 정착하지 않은 한국이지만 아이와 청소년들의 경우엔 그 끝을 지켜주는 시스템이 전무했습니다. 아이들은 마지막 순간에 엄마와 아빠와 떨어져 중환자실에서 온갖 기계에 연결된 채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소아완화의료는 아이의 임종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소아완화의료는 아픈 아이와 그 가족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일상적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하는 의료행위입니다. 그건 당연히, 아이와 어른은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에게 치료 불가능한 병이 생겨 5년을 투병한다면 그건 지난 시간을 정리하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아이의 5년은 기적과도 같은 성장의 시간입니다. 그 기쁨을 가족들이 나누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소아완화의료는 그 시간을 함께합니다.
아쉽게도 한국에 소아완화의료팀은 두 군데뿐입니다. 2018년 처음으로 정부예산이 지원됐지만, 전문의가 상주하는 전문 소아완화의료팀은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이 최초이고 그나마도 전액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중증질환을 가진 아이와 가족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아직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TV 속에서만 나오는 아이들, 기적적인 치료를 바라보며 이를 견뎌내는 아이들의 모습 외에 우리는 그 아이와 가족들의 하루하루가 우리 모두의 것일 수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전시되는 타인의 고통에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리의 만찬 9화 ‘내일도 행복할거야2’는 지난주에 이어 소아완화의료팀과 엄마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습니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을 절규라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2019년 벽두, 우리의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큰 변화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KBS <거리의 만찬> 이승문 피디 올림.
할 말 있는 당신과,
<거리의 만찬>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rogram.kbs.co.kr/1tv/culture/feastontheroad/pc/list.html?smenu=c2cc5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