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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끼 Jun 24. 2020

메트로폴리탄 인턴쉽 후기–1

1. 인턴쉽 지원


2019년 여름, 미국에서 디자인 대학원 졸업 후 나에게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기간이 1년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 인터내셔널 학생 신분으로 합법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나의 OPT 시작 날짜는 2019년 8월 1일이었다. 2019년 여름에 여러 인턴쉽을 지원하던 중 메트로폴리탄 뮤지엄(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이하 멧)의 인턴쉽을 발견하게 되었다.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여름에 가면 좋음

미국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술관이다. 뉴욕시 센트럴파크 동쪽에 위치해있다. 2015년쯤에 관광으로 한번 가본 경험을 바탕으로(정말 진한 인연이다) 지원하기로 용기 냈다!


인턴쉽의 종류는 디자인 인턴, 큐레이터 인턴 등 다양하다. 그런데 따로 어플라이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어플라이 폼을 작성해야 했다. 3개의 질문에 대해 간단한 에세이를 제출하고, 원하면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했다. 난 전시 브랜딩을 작업하는 디자인실의 디자인 인턴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에세이에는 "아~  내가 ~ 디자인 인턴이 되면~ 참 좋을 텐데~ 아~"식으로 어필했고, 당연히 나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첨부했다.


아래는 3개의 질문이었다.

What do you want to learn from an internship at the Met? What are your academic/career goals, and how do you think this internship will help you achieve them?

Tell us about an experience you’ve had with art that influenced you, or changed how you understand the world.

The Met doesn’t just accept difference – we celebrate it, support it, and we thrive on it for the benefit of our interns, our work, and our communities. We value different perspectives and experiences, as well as people who are willing to think, discuss, and act on them. How would you contribute to this aspect of the program?


그리고 이 질문은 2019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똑같은 질문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적었는지 저장을 안 해놔서.. 아무 기억이 없다....(기록 생활화의 중요성) 하지만 1번 질문에는 "제가 비록 실무 경험 하나도 없는 석사 나부랭이지만! 디자인 인턴이 되면 아주 그냥 좋을 텐데!" 적었다. 개인적으로 2번 질문에 나의 삶이 많이 묻어난 대답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7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예술의 전당 미술원에 드나들고, 예술 중학교, 예술 고등학교를 다니며 잡탕 예술로 범벅된 나의 10대 시절을 고스란히 적어놨다. 3번 질문에는 유학 3년 차가 느끼는 미국살이의 고달픔에 얘기했다. 미국에 와서 처음 생각해본 한국인 20대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내가 인턴이 되면~ 듣도 보도 못한 K디자인을 할 텐데~"(할 생각도 없고 실제 하지도 않았음)라며 적은 것 같다. 


실제로 적으면서 "될 리가 없지"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이미 수많은 회사에서 리젝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대답을 저장하지도 않고, 어플라이 완료 후 정말 까맣게 잊어버렸다. 다행히 나는 한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인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2. 인턴쉽 합격


작은 스타트업에서 2개월의 짧은 인턴쉽을 마무리 후, 한 에이전시에 들어갔다. 여기도 내가 붙을 줄 몰라서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갔다. 그리고 일을 하던 중 나는 한 메일을 받았다.

이 메일 받은 자리도 기억난다. 처음엔 '스팸메일인가.. 왜 사회 초년생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지..' 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봐도 진지한 합격 메일이었다. 애초에 7월에 어플라이 한 것을 12월에 결과를 받으니 어안이 벙벙했다. 받고 기쁜 마음도 잠시, 걱정이 몰려왔다.


1. 당시에 일하던 곳은 유급 인턴에 정직원 전환직이었다. 게다가 멧의 인턴쉽은 무급에 전환도 아니다.

2. 비자 스폰 절대 안 해준다.(당시 회사 하고는 네고 가능했음)

3. 디자인 인턴이 아니고 Digital 부서에 있는 UX 인턴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봤다. 내가 왜 이 먼 타지에 왔는가?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위해서다. 비록 내가 멧 인턴 후 한국을 바로 가더라도, 이 인턴쉽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짧은 고민 후에 나는 인턴쉽 오퍼를 받아들였다.( >>2편에서 계속)



당시 다니던 회사 모습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많이 배웠던 곳이다. 지금은 이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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