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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희 Aug 09. 2018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말도 안돼 내가 미쳤나보다 이 와중에 배가 고프니 미쳤나보다 이별하고 나도 그래도 배고프다고 밥 먹는걸 보니 나도 사람인가보다


가수 싸이가 불렀던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노래 가사 일부다. 가장 공감이 가던 부분이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 배가 고팠던 적이 있었다. 너무 슬퍼 집안에만 틀어박혀있고 싶으면서도 친구를 만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혼자 있고 싶었지만 혼자인 게 싫었던 적이 있었다. 죽고 싶었지만 잘 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나랑 친한 사람들은 내가 떡볶이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 책은 작가가 심리 상담을 할 때마다 녹취를 한 후 정리한 글이다. 굉장히 쉽게 술술 읽힌다. 작가는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문장도 간결했다. 이러한 점은 칭찬하고 싶다. 공감 가는 부분도 꽤나 있다. 하지만 이 점 말고는 딱히 칭찬할 만한 것들이 없다. 미완성의 느낌이 강하다. 책에서 등장하는 ‘나’에게는 변화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작가는 무기력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녀는 본인이 살이 쪘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운동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신다. 정말로 살이 찐 모습이 스트레스라면 운동을 하거나 술을 끊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행하진 않는다. 이런 점은 상담자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부분이다. 굳이 상담시간에 외모비하를 해야 하는지 작가 본인도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운동을 하고, 외모를 제외한 다른 문제들을 상담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앞쪽엔 서점에서 찍힌 작가의 사진이 있다. 귀엽고 예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했다. 어김없이 예뻤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외모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낮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본인에 대해 과대해석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유부단한 사람이 있다면 극단적인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질투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질투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어찌됐든 양쪽 다 장단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작가는 본인이 지닌 성격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한다. 고쳐야 할 문제라고 치부하기보다는 그대로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나도 5년 전에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심리 상담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시절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이 책을 보고 깨닫게 됐다. 내담자는 상담자의 말에 그렇게까지 큰 집중을 하지 않는다. 상담자가 분명 대답을 해줬지만 내담자는 자꾸만 똑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책 속의 ‘나’도 5년 전의 나도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 눈에 띄게 많이 변한 작가를 기대하진 않았다. 딱 예상했던 만큼이었다. 2권이 나올 예정이라고는 하는데 내가 읽었던 1권에서 작가가 딱히 변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부분이 아쉽진 않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2권에서도 작가의 상태가 그대로라면 작가와 상담자 모두 변화시키고 변화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생기긴 할 것 같다.


‘제목이 다 했다’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다. 제목은 굉장히 강렬하다. 누가 봐도 끌린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 제목만큼 끌리는 내용은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의 신상을 다 밝힌 상태로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는 점은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내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작가는 이 책에서 가족 이야기를 한다. 친언니가 작가 본인을 괴롭혔던 이야기와 아버지가 가정폭력을 저질렀던 이야기다. 이러한 이유로 책을 출간한 이후 가족들과의 관계가 걱정이 됐다.


사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라 그런지 이 글을 쓰고 있는 내내 조심스럽다. 작가가 이 글을 읽고 상처를 받을까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작가는 인터넷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검색해 리뷰를 읽을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이 글이 칼이 되어 그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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