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경쟁 PT가 있는 날 아침. 출근 준비를 할 때부터 심장이 약하게 두근거렸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건 언제나 떨리는 일이다. '우황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하나?' 생각하며 긴장감을 안고 사무실로 향했다.
발표시간이 다가올수록 두근거림은 점점 더 심해졌다. PT장소로 출발하기 위해 차를 탔을 때부터는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귀에서 까지 들렸다. 옆사람에게도 들리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도대체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게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어릴 때야 그럴 수 있다 치지만 나이 40을 바라보고 있는 '실장' 씩이나 된 사람이 이렇게 떨어도 되는 건가. 오늘 PT를 모두 망쳐 버리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쯤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경험들로 터득한 마인트 컨트롤 방법은,
하나, 떨밍아웃
긴장은 저항할 때 배가 된다. 긴장하지 않을 거야. 긴장하면 안 돼. 하고 저항할수록 더 커져버린다. 먼저 나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그다음은 '나 지금 너무 떨려' 하고 솔직하게 입 밖으로 내뱉어 보는 거다. 떨림을 인정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둘, 자기 확신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 중 이 PT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다. 적어도 내가 준비한 이 제안서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 이 공간 안에 나보다 이 PT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하면 없던 자신감도 퐁퐁 솟아난다.
셋, 관점 전환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저 사람들이 날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말리는 거다.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피드백이 나오면 갈 길을 잃고 당황한다. 그럴 때 관점을 바꿔 보는 거다. 나는 지금 평가받는 게 아니라 양질의 정보와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관점을 바꾸면 어느새 주도권은 나에게 와있다.
세 가지 방법으로 마인트 컨트롤을 하면서 발표를 잘 마쳤다. 발표가 끝나자 끝났다는 안도감이 몰려오면서 마음의 평안을 되찾았다. '아_ 이 맛에 PT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 바들바들 떨던 그 사람 어디 갔나요?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긴장'이라는 단어는 정말 사람을 긴장'만'하게 하지만 '떨림'은 조금 다르다. 떨림이라는 단어 속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함께 있다. 오늘 PT가 잘 될 거라는 '기대', 내가 준비한 것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준다는 '설렘'이 있어서 그토록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잘 해내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즐거운 마음이 나를 긴장하게 만든 거다.
살면서 가끔은 이렇게 긴장감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떨림'을 동반한 '긴장'은 삶에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해 준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슴 뛰는 삶'은 바로 이런 순간들의 '합' 아닐까?
덧.
두구두구두구.... PT 결과는 말입니다...... 대 성공! :)
내일, 곰돌이 빵 작가님은 '고마워'와 '미안해'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