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말, 아는 선배의 권유로 원데이 요가 클래스에 참석했다. 다이어트 요가 또는 임산부 요가 밖에 안 해본 나에게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는 정통 요가 클래스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버리고 마음을 바라봅니다"
"옴----------" (요가 수련 중 내는 소리)
요가 수련 후 가진 잠깐의 명상 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떨쳐내고 마음을 바라보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음.. 쉽군... 생각을 멈추는 것쯤이야'하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웬걸.. 머릿속에 자꾸만 생각이 떠올랐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할수록 잡생각이 많아졌고 끝내 명상을 마칠 때까지 '마음'을 바라보지 못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마음을 바라볼까?
'생각'과 '마음'을 시각적으로 떠올려 보면,
생각은, 머리 위 동그랗게 떠있는 말주머니 안에 느낌표, 물음표, 말줄임표 등이 들어 있는 그림이 연상되고
마음은, 가슴 안에 예쁜 하트 모양이 그려져 있고 온기가 느껴지는 붉은색이 칠해져 있는 그림이 연상된다.
생각과 마음은눈에 보이거나 실재하지는 않지만 이 둘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생각은 머릿속에, 마음은 심장 안에 들어 있을 것만 같다.
생각은 이성 적이고 마음은 감성 적이다. 우리는 많은 이성적인 생각들 속에서 살아가지만 진짜로 우리를 살게 하는 건 어쩌면 '마음'일지 모른다. 마음이 움직이고 심장의 쿵쾅거림을 느낄 때 비로소 우리는 '아. 나 살아있구나'하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마음을 바라볼 기회는 많지 않다. 현실을 살면서 마주하는 '생각'들을 처리하느라 마음까지 바라볼 여유가 어디 있던가. 아마도 그런 탓에, 요가 수련 중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 어려웠을 것이다. 연습해 본 적이 없어서, 익숙한 일이 아니어서 힘들었다.
명상은 실패했지만 그래도 내게는 마음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것. 바로 '글 쓰기'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생각이 생각으로 끝날 때가 많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은 마음까지 가기 전에 입으로 나와버렸고 대부분은 증발됐다. 반면 입으로 나가지 않고 심장까지 무사하게 안착한 마음들은 손가락 끝으로 나와 글이 됐다.
글이 된 '마음'들은 나를 위로했고, 때로는 남을 위로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주제로 11개의 글을 발행했다. 비슷한 결을 가진 두 단어를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선을 긋는 동안 나는 내 주변의 모든 사물, 인물,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생각이 정리되면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을 쓰고, 퇴고를 하고, 글을 발행할 때쯤 이면 어느새 '생각'은 '마음'이 돼 있었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에겐 12개의 소중한 마음이 모였고, 함께 해준 작가님들 덕분에 60개의 마음을 더 모았다. 마지막 글을 마치며 12주간다정한 마음을 함께 나눠준 5명의 작가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내일, 곰돌이 빵 작가님은 '타자기'와 '키보드' 사이에 선을 긋습니다. 모호한 경계에 선을 긋고 틈을 만드는 사람들! 작가 6인이 쓰는 <선 긋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