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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ent designer Jul 06. 2021

워킹 대디는 없잖아요?

워킹맘의 푸념



영유아 셋. 나는 워킹맘이다. 


워킹맘이 되기 전엔 사람들이 왜 굳이 일하는 엄마를 워킹맘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을 하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엄마나 아빠나 똑같은 거 아닌가? 왜 워킹대디라고는 하지 않으면서 엄마들은 워킹맘으로 부르는 건지. 이것도 성 차별적인 단어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 셋을 연연 연년생으로 낳고 일 하는 엄마가 된 지금, 그 이유를 너무나 뼈저리게 알게 됐다.




먼저 밝혀두자면, 남편은 상위 1%에 속한다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육아와 집안일 참여도가 높은 사람이다. 이 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워킹맘의 고단함에 대한 푸념이다.


# 임신, 출산, 모유수유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들 )

여성 에게는 아이를 가지고, 출산하고, 키우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과정들이 있다. 이 것은 여성의 신체와 직결되어 있어 남편이 대신해 주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를 낳으려면 어찌할 도리 없이 최소 3개월의 업무 공백이 생긴다. 나의 경우엔 세 아이 모두 출산 전날까지 꽉 채워 일하고 출산휴가만 사용하고 업무에 복귀했기 때문에 3개월이지만, 보통은 육아휴직까지 사용해 1년에서 2년 정도의 출산, 육아휴직을 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경력 단절이 생기기도 하고 원치 않는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 야근, 회식 ( 하루에 두 번 출근합니다 )

워킹맘에게 야근이란 없다. 일을 모두 못 끝내더라도 아이들 하원 시간이 되면 무조건 퇴근을 해야 하고, 못다 한 일은 아이들을 재운 후 집에서 할 요량으로 파일과 도면들을 급히 챙긴다. 엉덩이는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어린이집에서 엄마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바리바리 일감을 싸들고 퇴근을 감행한다. 회식은 또 어떤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게 워킹맘의 회식이지만 분위기상 정말 빠지기 힘들 땐 아이들을 데리고 회식에 참여한다. 그나마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소규모이기도 하고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라 가능한 일이다.


# 어린이집 호출 ( 어머님, 빨리 오셔야겠어요 )

어린이집에서 긴급 호출이 올 때 가 있다. 아이가 갑자기 열이 많이 오른다거나 어린이집에 코로나 밀접 접촉자가 나왔다거나 할 때는 긴급 하원 요청 전화가 오고 그럴 땐 즉시 어린이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하던 일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나서는 발걸음은 발목에 모래주머니라도 찬 양 무겁다. 이 외에도 어린이집 상담, 투약의뢰서 작성, 알림장 작성, 준비물 챙기기 등등 업무 시간 중에도 불쑥불쑥 들어오는 어린이집의 요청들도 소소하게 많이 있다.




'일'만 놓고 봤을 때 남편은 나에 비해 자유롭다. 적어도 10달 동안 벌어지는 몸의 변화를 겪지 않고, 야근이나 회식을 해야 하면 회사가 아닌 나에게 양해를 구하며, 업무 중간에 긴급 하원 요청을 받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다. 똑같이 회사 다니고 똑같이 돈 버는데 왜 나만 이래야 해? 하는 심보가 불쑥불쑥 올라올 때는 가시 돋친 못된 말들로 남편을 괴롭힌다. "나 너무 힘들어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라는 말에 "나도 힘들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땐 서운함이 배가 된다. (그래. 그도 힘들겠지)


물론 이런 상황은 꼭 내가 엄마 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맞벌이 부부의 상황이 이럴 거라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싶지도 않다. 나 또한 내가 엄마라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여건이 그렇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고, 이 모든 건  나의 의지로 내가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징징거리고 싶지는 않다. 


그저 어느 날, 업무 스트레스가 머리 끝가지 차올랐던 날, 회사 근처 선술집에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오늘의 스트레스를 동료들과  풀고 싶었던 날, 야근이라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 가는 하원길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을 뿐. 아이 셋이 나에게 매달려 각자의 요구를 들어달라며 울고 불던 어느 날 저녁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이다.


아직도, 여전히, 일하는 아빠보다 일하는 엄마의 자리가 조금 더 고단하다는 걸 남편은 알까.


영유아 셋,  남편의 세계는 어떨까?








내일은 음감님이 바톤을 이어받습니다. 작가 4인이 쓰는 <남편이라는 세계>에 관심이 간다면 지금 바로 매거진을 구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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