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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종훈 Oct 03. 2019

그리움은 섬이 되어 있었다-서산 간월암과 부석사

#1-1


서산 간월암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다른 여정 중에 잠시 들른 간월암은 언제나 섬이 되어 있었다.  

눈 앞에 있으나 닿지 않는 그곳은 더 애틋하고 간절한 섬이 되어 나를 돌아서게 만들었다. 반대편 언덕 소나무에 기대서, 때론 돌아가려고 시동을 건 자동차 창문 너머로, 다시 보기 힘든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듯 내 눈을 붙들었다.


그런 간월도, 간월암이 오늘은 길을 열고 육지가 되어 나를 바라본다. 오래 기다렸다고, 이제 만날 때가 되었다고 하는 듯 맑은 하늘 아래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


#1-2


저녁이 되면서 다시 간월은 섬이 된다. 종일 많은 이가 들고 들어온 원(願)이 절 마당에, 대웅전에, 산신당에 가득가득하다. 늘 닿지 않는 곳에 있기에 사람들이 안고 오는 원의 크기가 더 많고 더 무겁다.


하얀 달이 하늘과 바다에 뜨면 오롯한 섬이 되어 중생들이 두고 간 마음을 푸른 바다에 섞는다. 그래서 바다는 더 파랗게 변하고 가벼워진 절집은 내일 아침 길을 열어 무거운 짐을 지고 오는 이들을 받아 줄 것이다.


#2


나는 절집에 가면 늘 곳곳에서 물고기를 찾는 습관이 있다. 법당의 벽면이나 창살에 그려져 있기도 하고, 처마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법당 안 천정에 있는 물고기들. 그들의 모습이 어눌하고 비율에 맞지 않은 친근한 모습일수록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아마 내 삶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이리라.


눈을 감지 않는 그들의 삶처럼 내 마음도 언제나 깨어있고 싶다.


지장전 천장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바다를 듣고 있을까?


#3


간월암을 빠져 나와 부석사에 도착했다. 멀리 서산 바다가 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잡은 부석사는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와 같은 이름이다. 동일한 창건설화를 지닌 선묘낭자와 의상대사의 이야기가 담긴 절.


짐을 풀고 가벼운 차림으로 절 뒤편으로 오르니 바다가 더 가까이 보인다. 선묘낭자에겐 가족과 고향이 있는 땅, 의상대사에겐 부처가 있는 정토. 그 둘이 꾸었을 꿈을 생각하며 해가 바다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참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낙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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