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글래스베이 트래킹을 마친 후 원래는 St Helens 윗쪽에 있는 파이어스 만 (Bay of Fires)의 붉은 바위 해변을 보러 가려 했으나, 와인글라스베이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여행 루트를 수정 하였다.
비체노라는 작은 마을을 들른 후, 데빌스 코너 와이너리를 거쳐 론서스톤으로 가는 일정이다.
비체노는 태즈메이니아 동쪽 바닷가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인데 마치 고래가 숨구멍으로 물을 내뿜듯, 바위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바닷물 분수가 있는 곳이다. 이는 바위가 수천년간 진행된 침식작용에 의해 고래 숨구멍 같은 구멍이 만들어져, 파도가 치면 그 구멍을 통하여 마치 분수처럼 바닷물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다.
비체노 마을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 하고 해변으로 걸어 들어가니 널찍하게 펼쳐진 화강암 바닥 위에 마치 하늘어서 뚝 떨어진것 처럼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눈에 띈다.
저 근처에 블로홀 (Blow hole)이 있다.
바위에 가까이 가보니 갈라진 화강암 바위 틈 사이로 작게 솟구치는 물보라가 보인다.
각자의 핸드폰과 아이패드로 찬라의 사진을 담으려고 숨을 죽이며 기다린다.
찰칵~
필자도 솟구치는 파도를 배경으로 가족사진으로 남기려고 여러번 시도를 해보지만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최대로 높게 솟구치는 파도 분수를 잡는데 성공 했지만, 찍고 나서 보니 어떤 꼬마가 바위 틈 사이를 폴짝 뛰어 넘고 있는 순간이 함께 포착되었다. ㅎㅎ
바위 너머 바닷물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해조류들이 떠 있다.
블로홀 주변의 해변을 둘러보니 파이어스 만에 있는 것과 같은 색의 붉은 바위들이 있다.
바위들을 꼭 녹이 슨것 처럼 붉게 덮고 있는 것은 탈루스(Tallus)라는 이끼의 일종이라고 한다.
블로홀을 구경한 후 비체노 마을을 차로 한바퀴 천천히 둘러보다 피쉬앤칩스 가게를 발견했다. 따뜻하고 맛이 좋았던 피쉬앤칩스였는데 안타깝게도 가게 사진과 음식 사진은 남아있지 않다.
차를 몰고 비체노 마을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백사장이 보여 차를 멈추고 들어가 본다. 끝 없이 펼져진 해안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깨끗한 파도가 고운 모래를 어루만진다.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태즈메이니아가 주는 아름다운 풍경은 도시생활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기 충분하다.
비체노 구경을 마치고 오늘 저녁 숙소가 있는 론서스톤으로 가기 전에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필자가 즐겨마시던 Jansz 와이너리를 들러보고 싶었지만, 여행 루트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일정상 도저히 방문이 힘들었고, 대신 오늘의 숙소가 있는 론서스톤으로 가는 길에있는 데빌스 코너(Devil's corner)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호주는 쉬라즈 품종의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데, 태즈메이니아는 남극에 가까워서인지 다소 서늘한 기후에 적합한 피노누아나 쇼비뇽블랑 품종이 주를 이룬다.
데빌스 코너라는 와이너리의 이름이 흥미로운데, 그 이름은 앞 바다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와이너리 앞쪽의 바다는 거센 바람과 험한 파도로 많은 배가 침몰되는 지역으로 악명이 높아 예로부터 지역민들로부터 ‘Devil's corner’로 불러왔다고 한다. 와이너리 오너는 그 거센 풍랑을 헤쳐나가자는 뜻에서 와이너리 이름을 'Devil's corner'라고 짓고, 와인 라벨도 풍랑에 침몰하지 않고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가는 배를 담아냈다고 한다.
데빌스코너 와이너리에는 멋지게 생긴 전망대가 있다. 박스같이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면 통로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따라 올라가면 와이너리와 앞 바다를 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나온다.
포도밭 너머로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전망대 건물에서 나와 언덕 아랫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Cellar door와 카페가 나온다.
두둥~ 이거슨... 바로 셀러도어. 무료로 와인을 시음할수 있는 곳이다.ㅎㅎ
셀러도어로 들어가 보면, 데빌스코너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모든 품종의 와인을 무료로 시음할 수 있고, 와이너리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구매할수도 있다. 필자는 운전을 해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패스~
캠핑카를 몰고 여행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하게 칠링된 쇼비뇽블랑을 주문하고, 카페에서 판매하는 오이스터 플래터를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바닷가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과 굴의 마리아주... 그리고 캠핑카에서 즐기는 달콤한 낮잠...
상상만으로 행복해진다.
이제는 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인 론서스톤을 향해 떠난다.
론서스톤은 태즈메이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는 7만명 정도 되는 곳이다.
공항과 가까운 숙소에 체크인을 해놓고 시내 레스토랑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연어스테이크, 닭고기, 양고기등을 시켜서 푸짐하게 저녁을 먹는다.
낯선 도시에서 맞이하는 어두운 밤은 여행객들에게 약간의 공포감을 주기 충분하다.
식당에서 나와 바쁘게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조금 무섭기도 해서인지 찍었던 사진도 촛점이 잘 잡히지 않았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