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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핑거 Aug 10. 2020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유

(일단 이 글은 운 없는 사람에 대한 글이라는 걸 밝힌다. 당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이 글은 별로 공감이 안 될 것이다.)



당신의 앞에 단 한번만 통과할 수 있는 두 개의 문이 있다. 왼쪽의 문을 통과한다면 50%의 확률로 1억을 받을 수 있지만 50%의 확률로 아무 것도 받지 못한다. 오른쪽의 문은 100%의 확률로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당신은 어느 문을 선택할 것인가?



수학시간에 확률을 잘 배웠다면 당연히 왼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1억의 50%는 기대값이 5000만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과연 그럴 때도 왼쪽을 선택해야 할까?



아마 수학을 모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을 선택할 것이다. 1억을 벌 기회를 날린다면 오히려 확실한 500만원은 엄청난 손해라고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는 당연히 왼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온 날들을 돌아본 결과, 지금의 나는 오른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삶이 확률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란 걸 깨우쳤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나 역시 그런 부류였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복권을 사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껏 당첨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당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혹자는 말한다. 나중에 당첨될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있다. 평생 복권을 샀는데 결국 노인이 다 되어서 당첨이 되었더란다. 물론 그간 복권을 사는데 들어간 돈이 당첨금과 비슷한 금액이었다는 사실은 일단 차치해두자.



될놈될이라는 말은 꽤나 진지한 진리를 담고 있다. 복권에 당첨될 사람이었다면 젊어서 당첨이 되었어야 한다. 사실 그 정도 운이 있는 사람이라면 복권을 살 필요도 없어야 한다. 그런 운이 있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잣집에서 태어난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온갖 재능을 꽃피운다. 학창시절에는 항상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으며,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갖게 되고 좋은 반려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업도 날로 번창하고 자식들도 훌륭하게 자라고 일생을 그렇게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자, 위의 경우에 당신은 얼마나 해당되는가. 부잣집에서 태어났는가? 재능을 타고났는가? 좋은 직장을 가졌는가? 사업은 잘 되는가? 좋은 반려자를 만났는가? 자식들은 잘 자라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의 운 좋은 경우에 속하지 못한다. 애초에 이 세상에서 그렇게 운 좋은 사람의 할당량은 그리 많지 않다. 가령 100명 중에 1명만이 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이 그 1명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실 이 사회는 그보다도 더 적다. 대부분의 사람은 운이 없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1명이 되기란 힘들다.



어려서는 운이 어떤지 모르기에 미래에 대해 큰 꿈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서조차 그 어떤 행운에도 해당되어본 적이 없으면서 여전히 미래의 운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그저 어리석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성공에는 운이 필요하다. 성공할 사람은 하지 말라고 발목을 잡아도 성공하게 되어 있다. 반면 운이 없는 사람은 그 무슨 짓을 해도 성공할 수가 없다. 운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나이를 먹었고 아직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당신은 운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운이 없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운을 기대는 일에 매달린다면 당신은 계속 손해만 보고 불운에 농락당할 수밖에 없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이 아직 젊고 자신의 운이 어떤지 모른다면 왼쪽의 문을 선택해 봄 직 하다. 물론 50%의 확률임에도 불구하고 실패한다면 당신은 자신의 운이 어떤지에 대해 뼈아픈 교훈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나이를 어지간히 먹었고 인생에 성공한 적이 별로 없이 운이 나쁘다는걸 알았다면 당신은 왼쪽의 문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나는 도전정신을 폄훼하거나 패배주의를 설파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분수에 맞게 현명한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운이 없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운이 좋았다면 벌써 크게 성공했어야 한다. 하지만 어지간히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하고도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운이 없음을. 그리고 그 운이 없는 대로의 생존법을 익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도박에 매달리는 사람의 99.999%는 운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운이 좋은 사람은 애초에 도박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그들은 도박같은 걸 안 해도 가만히 놀고 먹어도 도박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이 계속 생기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런 운이 없는 사람만이 죽어라 일하고 푼돈을 모아서는 행운을 바라며 도박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결과 언제나 그래왔듯,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듯, 그는 불운에 좌절하며 돈을 탕진하게 된다.



자신의 분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운 없는 사람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최대한 운에 기대는 선택을 배제해야 한다. 모험을 하지 말고 작아도 확실한 이득을 취해야 한다. 조금의 위험 요소라도 있다면 피해야 한다. 오로지 그런 조심스러움만이 운 없는 사람이 그나마 불운에 농락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유일한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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