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정으로 바르셀로나에 머물다 가는 여행자라면 '라발지구'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동네 또는 치안이 좋지 않은 동네라는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 관광의 중심 고딕지구에서 람브라스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옆 동네인데 거리에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경계의 동네
바르셀로나에 세워진 최초에 도시 Barcino는 기원전에 로마인들이 건설한 도시다. 이 고대의 건축과 도시 설계 전문가들은 고딕지구와 보른지구를 둘러싼 지역에 성벽을 둘러 세웠고, 그 성벽을 따라 그 성벽이 있던 자리가 지금의 람브라스 거리다. 성벽 바로 밖에 위치한 라발지구에는 성 내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만 천한 일로 여겼던 직업을 가진 사람들- 농부와 기술자들과 도축업자 등이 어우러져 살아왔던 동네였다.
중세시대에 들어 바르셀로나는 아라곤 왕국의 항구 역할을 맡게 되었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지금의 라발지구도 도시 내로 포함되기에 이르렀지만 그렇다고 해서 라발지구를 대한민국식으로 재개발하려는 시도는 없었던 것 같다. 도시로 편입된 뒤에도 여전히 라발은 비주류, 노동자, 빈민들, 그리고 이주자들의 터전이었다.
람브라스 거리에 맞닿아 있는 보케리아 마켓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어둑한 라발지구 어딘가의 골목은 현지인들조차 발길을 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라발지구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안에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미술관 밖 거리에는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길거리 예술가들의 작품이 넘쳐난다.
라발지구는 경계 안에 있지만 동시에 경계 밖에 있는 동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존재하는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