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mer Jan 12. 2024

프로이직러의 이야기(1)

8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입니다.

나는 프로이직러다.


10년 차이면서 8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다.

지금 회사는 국내에선 탑 IT대기업이지만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진 않았다.

그리고 나보다 아직까진 이직을 많이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왜 이렇게 이직을 많이 했는지 이유와 함께 10년치의 기억을 더듬어 배운 점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원해서 이직한 적도 있지만 원치 않았는데 이직한 적도 많다.

세상엔 이상한 회사가 정말 많기 때문에 최대한 잘 알아보고 취업해야 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배웠던 것들이 다른 취준, 주니어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프로이직러의 이야기를 쓰면서 포트폴리오도 어떻게 성장했는지도 조금씩 노출할 예정이다.


여섯 가지 틀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한다.

1) N번째 직장

2) 퇴사/이직 사유

3) 포트폴리오 준비

4) 배운 점 or 후회

5) 이직

6) 마무리




1) 첫 번째 직장

대학교를 조기졸업하고 대학교 3학년 때 시간제 교수님의 회사로 바로 취업하게 되었다.

이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UX가 디자인의 미래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 엄청 쫓아다녔던 것 같다. (그래도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그렇게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교수님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고, 3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나는 취업을 먼저 해서 졸업전시회 때 다른 사람들이 테이블 한가득 푸짐하게 준비할 때 모니터 한대만 두었었고 지나가던 교수님이 “얘는 얼마나 잘했길래 이것밖에 없어?”라고 말하신 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난다.

(정말 못했었고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첫 직장 생활은 재밌었다.

10명 정도 되는 규모의 UX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시였지만, 이 시절의 UX는 아직 제대로 된 정의조차 없었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UX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다양한 해석이 있다고들 했었다.(국내 기준)


이것저것 포스트잇도 붙여보고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아이데이션도 해보고 퍼소나 저니맵 등 아직도 유행하고 있는 방법론들을 많이 사용해 봤다.

그리고 포토샵뿐만 아니라 플래시로 키오스크도 만들어보고 인디자인으로 전자책 만들기, 영상 제작, 버스옆면 광고 등 지금 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신입치고는 많은 일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다양한 일을 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도 빨리 깨달았다.

입사하고 몇 개월이 지난 후 다른 사람들은 업무가 아예 없었고, 내가 만들고 있던 전자책으로만 회사의 매출이 유지되고 있었다.




2) 임금체불

그리고 나는 이때 열정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

(열정페이도 유행했던 시절이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인 것 같다.)

연봉이 중요하지도 않았고, 일만 재밌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어린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임금체불이 되기 시작했다. 4개월이나..


우리 집은 기초생활수급자였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임금체불이 되었을 때 돈이 없어도 집에서 지원받을 수도 없었고, 어린 마음에 생각 없이 신용카드를 만들었던 것도 문제가 되었다.

그렇게 휴대폰도 정지되고 일상이 망가졌었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게 보니깐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4개월간의 임금체불이 됐을 때 퇴사 선언을 했다.

1년 조금 넘게 다녔던 것 같다.

같이 다녔던 회사 사람들은 다 같이 노동청에 신고했었는데 나는 하지 않았었다.(사회 초년생에겐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할걸 그랬다.)

신고한 분들은 몇 개월 만에 못 받은 돈을 받았지만 나는 1년이 걸려 나눠 받았다. 그래도 받을 수 있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때 얼마나 다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서류 제출할 때 날짜 쓰려고 하면 막막해진다.

심지어 임금체불 때문에 돈을 제때 받지 못하여 건강보험이나 원천징수를 떼기도 항상 어려워 증명방법도 없다.

혹시 비슷한 상황의 디자이너가 있다면 꼭 미리 증명할 것을 챙겨두자.




3) 포트폴리오 준비

사실 첫 직장은 교수님이 데려간 직장이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가 없었다.

이때 퇴사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었다.


이때부터 포트폴리오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어느 정도 습관이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다. 2014년에는 내가 잘 몰랐던 것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포트폴리오 제작에 도움을 받을 사람이 많지 않았다.

디자인 관련 커뮤니티도 활성화가 안되어있었고, 지방대를 나온 나로서는 도움을 받을 선배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때 자존감도 낮을 때라 그런지 남에게 포트폴리오 보여주는 것도 창피했다. 여러분은 꼭 주변 디자이너 선/후배한테 꼭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받아보길 바란다.

그렇게 만들었던 포트폴리오... 10년전꺼니 이해해주길 바란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던 것 같다.

기획도 해보고 디자인도 하고 다양한 플랫폼도 접해봤어서 포트폴리오에 넣을 것은 많았다.


퇴사 후 이 포트폴리오로 여기저기 지원했지만 한 군데도 연락 온 곳이 없었다고 한다.




4) 후회

사실 이때까지는 크게 배운 점은 없었다.

임금체불을 당해도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이건 큰 잘못이었다.

회사는 안정적이어야 하고 재밌는 일도 내 일상이 보장되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걸.. 이땐 깨닫지 못했다.

아니 깨달았을 수도 있지만 휴대폰마저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일상이 보장되지 못해 다급했던 것 같다.

그만큼 회사에 대해, 내 성장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다음 회사를 선택했다.

여러분은 꼭 다급하다고 아무 데나 지원하지 않길 바란다. 또 이직해야 할 수 있다.




5) 이직

이때 당시에는 운이 좋게 퇴사하고 한 달 남짓 지난 후에 나보다 조금 더 일찍 퇴사한 선임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잡지사이고, 웹사이트를 만들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했다.

돈이 급했던 나는 바로 OK를 했고 2014년 7월, 바로 다른 회사로 출근을 했다.




6) 마무리

모르는 것이 정말 많았던 사회 초년생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회초년생들이 첫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이 회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를 얻을 곳이 너무 많고 커피챗도 활성화되어 있는 시대이니 꼭 잘 찾아보고 회사를 골라 가길 바란다.


정리

- 일상이 보장되어야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

-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는 퇴사할 때 꼭 챙겨서 나오자. 나중에 경력 인정을 못 받거나 번거로울 수 있다.

- 포트폴리오는 커피챗을 통해서 또는 주변 선/후배 등 최대한 많이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하자. 창피해하지 않아도 된다. (커피챗 앱, 숨고, 링크드인, 다양한 커뮤니티 등 너무 많다.)

- 퇴사 후 다급해져서 아무 회사나 가면 안 된다. 또 이직할 확률이 높다. 이직은 환승이직이 가장 좋다.




https://brunch.co.kr/@aimer/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