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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mer Feb 01. 2024

프로이직러의 이야기(3)

8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번 글을 쓰다 보니깐 자꾸 아무 인사이트가 없는 비난의 글밖에 되지 않아 생각보다 작성하는데 오래 걸렸다.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회사들이 많다.

나도 많이 겪어봤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겪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찾아낸다면 다음 회사를 고를 때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1) 네 번째 회사

내 인생에서 작은 회사의 편견을 와장창 깨버린 엄청난 회사였다.

직원이 총 대표, 실장까지 6명이었고 실무자가 4명인 굉장히 작은 에이전시였다.

사실 요즘은 에이전시보다 인하우스 스타트업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지만 이때만 해도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에이전시가 있을 정도로 에이전시 전성시대였던 것 같다.


일단 대표와 실장이 부부였고, 회사는 허름한 빌라 같은 곳 2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직원은 나를 포함해 총 5명이었다. 정말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대표가 성악을 취미로 하고 있었다. 직원들이 방구석에서 열심히 키보드 두드리는 동안 성악 동호회사람들을 불러 거실? 같은 곳에서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한 직원의 핸드폰을 던지면서 욕설을 엄청나게 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불행하게도 그 직원은 얼굴 반쪽 안면마비가 와서 퇴사하였다.


나는 그래도 이때까진 프로이직러가 되고 싶지 않아 꿋꿋하게 다녔다. 욕설과 노랫소리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나에게 더 크게 다가온 사건이 있었다.




1-2) 또 한 번의 임금체불

나는 이미 임금체불을 겪어봤기 때문인지 임금체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었다.

이제 기다리던 월급날,

대표가 나를 불러서 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이번 달은 이거면 살 수 있지?”

용돈 받는 줄 알았다.

이러고 월급을 통장에 반만 넣어주는 게 아닌가..

이 월급날 이후로도 6개월 재직동안 한 번을 제대로 월급 받은 적이 없었다.


이때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임금체불을 겪으면 최대한 빨리 이직 준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매달 월급날마다 고달프다.

그래도 꾸역꾸역 받아내서 다행인지 원천징수영수증이나 건강보험료에 정상적으로 등록되어 경력인정이 잘 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이 회사에서 얻은 것도 있다.

회사를 고를 때 그 회사의 현 상황을 꼭 확인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재무제표, 즉 매출부터 영업이익, 순이익 등 그리고 트래픽, 성장률, 투자유치 등 꼭 챙겨보자. 요즘은 혁신의 숲이라는 굉장히 훌륭한 플랫폼도 있어 찾아보기가 쉬워졌다. 꼭 지원하기 전에 회사 정보를 검색해 보고 지원하자.


물론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 요즘은 스타트업에 몸을 담아 상장까지 버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에이전시의 경우에는 상장하는 일이 거의 없으니 목적이 스톡 행사라면 에이전시는 비추한다.




2-1) 다섯 번째 회사

여기서부터 내 진짜 커리어가 시작된 것 같다.

이제 막 제대로 된 직장을 찾았는가 싶었더니 생각해 보니 벌써 4년 차였다.

그래도 앞에서 다사다난한 커리어를 겪고 나서 드디어 회사 보는 눈이 조금은 길러졌나 보다.

100명이 넘는 규모의 에이전시에 입사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꼭 가고 싶던 에이전시였는데 잊고 있다가 공고를 보고 지원했었다.


너무 안 좋은 회사를 다녔어서일까?

'여기 혹시 대기업?'인가 싶을 정도로 입사하고 너무 만족했다.

조식도 줬고 성과급도 있었으며 명절 상여금까지 있었다.

꽤 유명한 에이전시였고 대기업 프로젝트를 많이 해서 많은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 시절에는 지금과는 다른 문제점 해결보다는 GUI만 잘하면 되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는 자동차 GUI위주의 디자인을 했었지만 이 시점에 운전도 할 줄 몰랐고, 자동차에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처음 이직했을 때처럼 웹이나 모바일을 하고 싶었다.


1년이 지난 시점에 모바일 위주로 하는 팀으로 이동을 했다. 다행히 그 팀에서 나를 좋게 봐서 반갑게 맞이해 줬고, 나름 재미있게 일을 했다. 하지만 야근은 정말 많았다.

아침 9시 출근해서 다음날 저녁 9시 퇴근한 적도 있고, 2~3시 퇴근이 기본이었다. 요즘은 그래도 야근이 많이 없다고 한다.


팀을 이동한 후로는 내 이전 경력들을 인정받아 사수가 됐다. 나는 사수가 처음이었고 이미 많은 회사를 거쳤지만 사수가 있던 적이 없었다. 부사수에세 피드백 주는 법도 잘 모르는 나쁜 사수였고, 부사수가 디자인해 오면 psd파일 달라고 한 후 내가 수정했다.

지금은 숨고나 제로베이스, 사이드 프로젝트 동아리 등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많이 해봐서 다시 돌아간다면 좋은 사수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으로는 엄청난 숫자의 프로젝트로 많은 포트폴리오를 쌓았다.

2년 동안 약 4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지금 다시 이렇게 일하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7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돌린 적도 있다.




2-2) 이직

다니던 회사는 어느 정도 안정적이었지만 이때부터 대기업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변에서도 종종 라인, SK, 카카오 계열사 이런 곳으로 이직하는 것을 봐서 더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근데 이미 이직이 너무 잦아 또 이직을 하는 게 맞나? 이생각도 많이 들었고, 2년만 채우고 이직할까? 생각도 정말 많이 했다. 그렇게 후자를 선택하여 정확히 2016년 입사 2018년 퇴사를 하여 2년을 채웠다.

다음 회사는 진짜 오래 다녀야지.. 하면서 여기저기 지원을 했었고, 운이 좋게 한 커머스 B2B 중견기업에서 연락이 와 이직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내가 다녔던 회사 중에 가장 행운이었던 회사다.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보겠다.




3) 포트폴리오 준비

포트폴리오를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다. 수십 번을 새로 만들고, 어떻게 해야 서류 합격을 잘할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도 시도해 봤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게 지금에 적합하진 않다.

문제점 발굴은 커녕 색과 타이포 나열한 후 디자인을 보여줬었다. 지금 시대에는 광탈이었을 것이다.
무드보드와 컨셉은 노출하려고 해봤고, 포트폴리오가 한벌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레이아웃을 통일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꽤 성장했기에 포트폴리오에 쓸 수 있는 팁을 몇 가지 공유해 본다.


1. 표지는 지원하는 회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나타나도록 지원할 때마다 바꿔서 지원하기

이 지원자가 우리 회사를 위해 정성을 보였다는 것을 보여주자.


2. 멋진 말 쓰지 않기

브랜드디자이너가 아니라 uxui디자이너라면 깔끔하게 OOO의 포트폴리오라고 표지에 쓰자. 멋진 말을 오그라들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3. 초등학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에서 쓰는 용어를 포트폴리오에 있어 보이기 위해 쓰는 경우가 꽤 많다. 회사마다 사용하는 용어가 다를 수 있으며, 모든 담당자가 아는 용어가 아닐 수 있기에 쉽게 풀어서 이해가 쉽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 한 페이지에서 전달할 내용은 하나만

포트폴리오에 너무 많은 내용을 한 페이지에 담는 것보다 페이지가 많아지더라도 한 페이지에는 하나의 내용만 넣는 것이 좋다. 실제 앱 디자인을 할 때도 한 페이지에 여러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피하려 하지 않는가?


5. 프로젝트마다 다른 레이아웃 사용하지 않기

포트폴리오는 한벌이다. 한번 볼 때 끝까지 보기 때문에 동일한 레이아웃을 사용하여야 보는 사람이 읽기 쉽기 때문이다.


굉장히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기 위한 디자이너이니 포트폴리오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자.

하지만 이 때는 아직 GUI시절의 포트폴리오였기 때문에 문제점 해결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포트폴리오였다. 다음 이직 이야기 때는 데이터 활용 및 문제점 해결과 같은 앞단에 기획적인 부분에 대한 팁을 작성해 보겠다.





4) 배운 점

환승이직을 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깨닫게 된 시점이었다. 프리랜서로 활동할 게 아니라면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도 있었는데, 이때 프리랜서 활동을 좀 했었던 것이 추후에 부업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다. 혹시나 환승이직이 아닌 퇴사 후 이직을 하는 경우에는 짬 내서 프리랜서 활동을 어떻게든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프리랜서가 불안하거나 다른 인하우스의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 번지와 같은 사이드잡을 해보는 것도 좋다.




6) 마무리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작은 회사지만 이 시점에는 정말 큰 회사라고 생각했다.

회사 규모를 키워가면서 이직해서 더 그렇게 느꼈었다. 실제로 다음 회사를 다닐 때는 이 회사가 너무 작은 회사처럼 보였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지속하려면 안정적인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것을 크게 느꼈다.

예전에는 에이전시가 점프하기 좋은 직장이었지만 요즘은 조금 바뀐 듯하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에 문제점 해결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고 지표를 보기도 힘든 구조이며 너무 반복적인 운영업무 위주로 하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 다녔던 회사 중에 에이전시 출신이면 이력만 보고 서류탈락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에이전시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포트폴리오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점인데, 대기업이 목표인 디자이너가 에이전시를 거칠 경우 전통대기업(LG, SK, 삼성은 모르겠다..)에 지원하면 합격률이 조금 더 높은 것 같다. 반대로 인하우스를 거칠 경우는 IT대기업(네이버, 카카오)에 합격률이 조금 더 높다.

전통대기업을 목표로 한다면 에이전시를 거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 회사를 고를 때 혁신의 숲과 같은 기업의 현 상황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자.

- 임금체불이 생긴 경우에는 재력이 풍족하지 않다면 최대한 빠르게 이직해야 한다.

- 회사 규모를 키워가면서 이직하게 됐을 경우 바닥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기업에 다닌 사람보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 있다.

- 퇴사 후 이직할 경우에는 프리랜서나 사이드잡을 경험해 보자.

- 포트폴리오 제작 팁을 꼭 참고하자.

- 목표에 따라 에이전시는 아주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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