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1) 여섯 번째 회사
여섯 번째 회사는 1200명의 규모인 회사였고, B2B 커머스 관련 기업 중엔 국내 1위 기업이다.
에이전시에서 매일 새벽까지 구르다가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인하우스에 왔더니 9 to 6가 칼같이 지켜졌고 심지어 격주 금요일에 쉬는 것이 아닌가...!
어떤 디자이너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일 수 있지만 나는 이미 일에 중독되어 버린 것인지 내 성장이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이 피그마가 이때쯤에 국내에 등장했고, 나는 피그마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다. 여전히 우리는 PSD로 작업하고 있었다. 적어도 스케치나 XD를 쓸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2018년도라 아마 피그마라는 툴을 거의 모르고 있었던 시절이긴 했다.)
그렇게 1년을 들어오는 간단한 일들을 쳐내고 일에 대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 채 '이번엔 오래 다녀야겠다'라는 마음만 가지고 꾸준히 다니고 있었을 무렵에 희망찬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에 가장 큰 커머스에 계시던 디자이너분이 우리 회사 CDO로온대!
갑자기 설레기 시작하기도 했고, 제발 루머가 아니길 바라면서 현실이 되기까지 몇 달이 지났다.
실제로 그렇게 CDO분이 오셨고, 이 분은 내가 가장 빠르고 실력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의도하셨던 안 하셨던 나는 UX에 대한 생각하는 법, 방법론 등을 굉장히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실제로 업무에도 활용하면서 일하려고 노력했다. 피그마도 미국에선 이미 많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그마도 사용하게 되었다.
CDO라는 직급을 가진 임원이었지만 나에게는 완벽한 사수였고 롤모델이었다.
(현재도 롤모델이다. 연락은 자주 안 드렸다... 좀 있다가 한번 드려야지..)
어쩌다 보니 점심도 매일 같이 먹게 되었고, 내 회사 생활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년 반동안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우고 성장하였다.
이전 거의 약 5년 동안 갈고닦았던 것보다 이 1년 반이 내가 더 크게 성장했다.
여러분도 꼭 롤모델을 만들길 바란다. 회사에 없다면 주변에서 찾아보고 주변에도 없다면 다양한 네트워킹자리를 찾아다니면 좋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릴 수 있다면 성장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진다.
2) 드디어 환승이직
내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느낀 시점부터 한번 더 커리어 점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노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노란 회사에 가고 싶었던 목표가 있었고, 가장 가고 싶은 회사는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고 마지막에 지원을 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 지원해 봤다. 그리고 이 시절에 서류 합격률이 굉장히 높았다.
카카오, 쿠팡, 우아한 형제들, GS홈쇼핑, 다양한 카카오계열사 등 엄청나게 붙었고 면접도 많이 봤었다.
이때 면접을 많이 보면서 면접 잘 보는 노하우도 생긴 것 같다. 추후에 면접 팁을 글로 써보도록 하겠다.
사실 나는 긴장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면접 보는 것 자체는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준비하는 것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꽤 많은 연습 끝에 가장 가고 싶던 회사에 최종 합격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CDO분께 말씀드리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이야기하니 많이 아쉬워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셨다.
근데 이 시점에 포트폴리오를 진짜 많이 갈아엎었다. 다니면서 준비하니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이 내용은 아래쪽에 조금 더 상세히 작성해 보겠다.
나의 롤모델과 함께 일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내 커리어도 중요하니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같이 일하고 싶고 종종 연락하게 되면 내가 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로라도 "제 회사 상사로 와주세요ㅠㅠ"라고 징징대고 있다.
충분히 오시려면 오실 수 있는 분인 것 같아서 내가 더 그러는 것 같다.
3) 포트폴리오 준비
이때 만든 포트폴리오가 내 현시점 최종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한다.
이후에 여기서 프로젝트만 추가되었지 크게 바뀐 점은 없다.
정말 6개월 동안 엄청나게 포트폴리오를 바꿨다.
포트폴리오에 넣기 위해 이 시점에 사이드 프로젝트도 시작했고,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많이 보여줬다. 그중에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이 포트폴리오의 매력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1. 포트폴리오 변천사
현시점 저장되어 있는 같은 프로젝트 표지만 6개이다. 아마 중간중간에 수정했던 것 빼면 더 많을 것이다.
이 모든 포트폴리오는 서류 지원 후 합격률이 떨어지면 다시 만들고 또다시 만들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포트폴리오가 됐을 때 서류합격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졌다.
2. 포트폴리오 표지 변천사
지원할 때마다 포트폴리오 표지를 다르게 했다. 이때 3d툴을 공부하고 있어서 3d 요소를 활용하여 포트폴리오 표지를 제작했다.
각 기업의 로고를 사용하거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활용하려고 하였다.
이렇게 했을 경우 장점은 지원한 회사가 봤을 때 포트폴리오가 우리 회사를 위해 어느 정도 정성을 들였구나.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위에 사례를 봤을 때 다른 회사이긴 하지만 내용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포트폴리오 표지만 바꿨을 뿐인데도 합격률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오그라드는 말도 쓰지 않았다. 그냥 "너네 회사에 지원하는 내 포트폴리오"정도의 느낌만 가져갔다.
3. 포트폴리오 구성 팁 세 가지
1) 각 회사에 지원할 때 포트폴리오 표지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순서도 변경해서 지원했다.
예를 들면 쿠팡의 경우는 커머스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우선으로 넣었고, 배민이나 카카오 계열사와 같은 경우에는 모바일 프로젝트 위주로 구성했다.
2) 포트폴리오의 레이아웃은 포트폴리오 전체가 한벌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프로젝트마다 다른 레이아웃을 사용하면 보는 사람입장에서 시선이 계속 왔다 갔다 해서 읽기 힘들다.
3) 내 포트폴리오에는 퍼소나, 저니맵과 같은 방법론은 단 한 곳도 들어가지 않았다.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검토한다. 혹시 현재 회사에서 퍼소나, 저니맵 등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만드는 곳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까진 못 봤다.
실제로 경험한 내용을 풀어쓰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런 상황이 아닌 경우 최대한 완성된 프로젝트 기반으로 거꾸로 돌아가서 '내가 혼자 했으면 어떻게 작업했을까?'를 생각하면서 앞단을 만들어보자.
4) 문제점은 발견 후 바로 해결책을 낼 수 없다.
출시 전, 출시 후 어떤 상황이라도 검증단계가 필요하다.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다 보면 대부분 Problem > Solution이라고 한 페이지에 들어가 있다. 문제점의 해결책을 본인 생각으로만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만이다. 실제 사용자를 인터뷰해 보던지, 유저테스트를 해보던지 다양한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의 생각은 틀릴 때가 많다. 너무 그 프로젝트에 빠삭한 내부인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자의 문제점을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추가적인 포트폴리오 팁은 앞에 쓴 프로이직러 이야기(3)를 참고해 보자.
앞선 글과 이 글의 내용이 어느 정도 적용되면 괜찮은 포트폴리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6) 마무리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롤모델을 만났고, 그 롤모델처럼 되고 싶어서 서당개처럼 옆에서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서 맴돌다 보니 자연스럽게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었다. B2B회사다 보니 모바일이 메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와 라우드소싱을 이용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배운 다양한 프로세스를 확인해 볼 수 있었고, 라우드소싱을 통해 모바일 디자인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은 사실 돈 없이 뭔가를 하진 않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다음은 마지막 이야기이다.
국내에선 가장 큰 규모의 IT기업 두 곳에 대한 이야기이니 기대해 주길 바란다.
정리
- 롤모델을 꼭 만들자. 목표가 있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 면접은 기회가 있다면 계속 봐보자.
- 포트폴리오는 갈아엎을수록 좋아진다. 여기 적어둔 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참고해 보자.
-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도 좋고, 다양한 방법으로 내가 아는 지식을 활용해 보자. 회사에선 한계가 있다.